내년엔 '레깅스남자'가 '세포마켓'에서 '패스트힐링' 한다

2019년 내다본 '트렌드 분석서' 셋
불황에 소비기준 집단→개인 전환
'성구분 허문 소비' '감정대리인'도
▲라이프 트렌드 2019: 젠더 뉴트럴|김용섭|452쪽|부키
▲트렌드 코리아 2019|김난도|456쪽|미래의창
▲2019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KOTRA|504쪽|알키
  • 등록 2018-11-14 오전 12:12:00

    수정 2018-11-14 오전 12:51:00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 이 남자를 관찰하면 세상이 보인다. 눈이 빠지게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그냥 보인다. 여성의 전유물이던 ‘립스틱’을 사서 바르고, 20세기 초까지 가장 남자다운 컬러였다는 ‘분홍색’ 재킷을 다시 꺼내 입고, 옷맵시를 망가뜨리는 소지품을 넣은 ‘클러치백’을 쥐었다. ‘레깅스’도 즐긴다. 쫄쫄이의 민망함을 각선미로 덮는 거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아이템들이 굳이 남성·여성용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거다. 굳이 꼽는다면 ‘젠더 뉴트럴’ 용이다.

#2. 오래전 구멍가게가 그랬다. 혼자 물건 떼다 혼자 팔고. 그땐 ‘가게’라도 있었다지만 이젠 그조차도 없다. SNS를 기반으로 한 1인 사업자가 줄지어 판을 벌이고 있다. 혼자 콘텐츠 만들어 혼자 판다. 영상 기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지만 전통 오프라인을 마다하진 않는 이른바 ‘1인 마켓’이다. 배경에는 ‘세포마켓’이란 개념이 있다. 빠르게 세포분열을 진행하는 시장, 쪼개질 만큼 쪼개진 유통이란 뜻이다.

#3. ‘힐링=천천히’란 공식은 부당하다. 시간은 여전히 금이니까. 빠르고 간편한 힐링이라면 더 좋겠다. 눈치를 챈 건 서비스업계다. 제한된 시간에도 확실한 행복, 편의를 보장해 주겠다는 ‘패스트힐링’ 비즈니스가 뜨는 거다. 분초를 다투는 점심시간에 받는 ‘레이저스킨케어’가 뉴욕에서 성업 중이고, 도쿄에선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몸짱으로 만들어준다는 ‘초단기간 운동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다. 하다못해 마음 다스리기에 그만이라는 ‘천 피스 퍼즐’을 대신 맞춰주겠다는 업체도 생겨났다.

어떤가. 그럴 듯한가. 그런데 이 모두는 멀지 않은, 아니 당장 2019년에 뜰 그림이란다. 이 세 가지를 묶어 한 줄 정리를 하면 이렇게 될 거다. “내년엔 ‘레깅스남자’가 ‘세포마켓’에서 ‘패스트힐링’ 한다!”

이듬해 국내외서 일어날 일상·문화·소비·비즈니스 동향을 미리 가늠해보는 ‘트렌드 분석서’가 올해도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세 권을 골랐다. 해마다 변화를 거듭하는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세상 흐름을 내다보는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의 ‘라이프 트렌드 2019’, 다음 해 찾아올 띠의 단어를 해체해 다시 조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소비경향을 짚어보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9’,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주재원들이 날려온 시장분석으로 지구촌을 이미 움직인 비즈니스의 한국화를 점쳐보는 코트라의 ‘2019 한국인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다.

△경기침체 반영한 ‘개인화’ 추세 두드러져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내년은 “경제위축이 계속되고”다. 치고 나가기에는 여전히 불안한 경기침체가 시장의 발목을 잡을 거라 전제한다. ‘함께’ ‘다같이’ 굴러가기보단 ‘나홀로’ ‘나만’ ‘싱글’ ‘독립’ 등으로 실속을 챙기는 개인·개별화에 비중을 싣는다.

‘라이프 트렌드’에선 ‘싱글 오리진’을 내세웠다. 남과 다른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알아채는 상품과 서비스를 원한다는 거다. 먹고 마시는 식품·음료가 선두주자다. 커피·와인·초콜릿 등 공산품뿐만 아니라 쌀·과일·달걀·채소 등 농산물에까지 개인의 까다로운 선택조건을 들이댄다. 표제어로 뽑은 ‘젠더 뉴트럴’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통적인 성 구별을 벗겨낸 건 물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면 절대 따라하지 못할 취향을 드러내는 거니까. 과거 얼리어답터와 트렌드세터의 전유물이던 것을 이젠 누구든 대놓고 ‘내 멋대로’ 취한다는 얘기다.

‘트렌드 코리아’에선 ‘나나랜더’를 주목했다. 나만의 시선을 절대기준으로 삼는 이들이다. 기성세대가 누누이 강조해온 삶의 형태에 반기를 들고, 타인의 지향·평가에 의존하던 전통식 소비패턴도 버렸다. 해외직구족 중 4050 남성층이 늘어나는 현상(2018년 상반기에 전체 구매자의 37%를 찍었다), 플러스사이즈 모델·제품의 급증세 등이 꼽혔다. 폭발하는 1인 미디어가 이끄는 ‘세포마켓’도 이와 연결된다. 온라인 안에서라면 누구나 독립사장이 돼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콘텐츠를 파는 거다. 내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보호장치도 성행할 거란다. 소위 ‘감정대리인’이 뜰 거란 소린데. 이모티콘 사업, 동네책방의 책 추천 프로그램, AI 기반의 감성 컴퓨팅 기술 등이다.

‘세계 트렌드’는 ‘매치메이커스’로 개인화 경향을 꿰뚫는다. 한 사람이 필요로 한 것을 기꺼이 공급과 연결해주는 서비스 말이다. 잠재 수요와 공급을 매칭해주는 것만으로도 비즈니스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건데. 일본에서 뜬다는 ‘뭐든 빌려준다’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주차공간을 내어주고 반려동물을 대여하기도 한다. 이뿐인가. 인도에서는 환자와 중소제약회사를 연결하고, 말레이시아에서는 귀차니즘을 해결해줄 각종 집사서비스까지 나왔다고 소개했다.

△Z세대·갬성·쉬코노미…키워드 향연

‘트렌드’로 묶어냈지만 각각의 색깔은 있다. ‘라이프 트렌드’가 대중의 일상에서 숨은 욕망을 긁어내 아직 입 밖으로 내지 않은 현상을 헤집어 ‘공식화’하려 한다면, ‘트렌드 코리아’는 소비환경을 분석하고 소비흐름을 쪼개고 세분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세계 트렌드’는 말 그대로 나라밖에서 슬슬 입질이 오는 산업·사업의 국내 연착륙 가능성을 잰다.

덕분에 제각각의 독특한 키워드가 시선을 붙드는데. X세대의 자녀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10대가 될 거란 ‘Z세대’, 독립서점·빨래방 등으로 부활한 ‘살롱문화’(라이프 트렌드), 자기 연출에 푹 빠진 이들이 추구하는 ‘갬성’, 과거를 새롭게 해석한다는 ‘뉴트로’(트렌드 라이프), 껍데기를 빼버리고 알맹이만 챙기는 ‘무포장·무매장·무경계·무사람’, 여성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가는 ‘쉬코노미’(세계 트렌드) 등이다.

필요에 따라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다만 기대와 효과를 구분하는 건 반드시 따라야 할 과정이다. 다른 ‘트렌드 분석서’를 대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이젠 유행이 되다시피 한, 넘쳐나는 ‘트렌드 분석서’로 인해 트렌드 분석의 혼란이 생길 만도 하지 않겠나. 시절이 불안하면 점집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듯,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를 공략한 ‘트렌드 분석서’가 트렌드가 돼버렸으니까. 옥석 가리기는 전적으로 독자 몫이 됐다. 맞더라, 틀리더라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내년을 설계하는 데 내 살이 될 만한 것만 빼내면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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