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사고다. 그제 밤에는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지하에 매설된 열 수송관이 파열돼 펄펄 끓는 물줄기가 도로 위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1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도로가 침수돼 교통혼잡이 빚어졌고, 근처 아파트단지 2800여 가구에 난방이 끊겨 주민들이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으니 ‘안전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무색하다.
‘사고 공화국’의 오명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에도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요양병원 화재로 순식간에 아까운 인명들이 희생됐다. 최근에도 서울 종로고시원 화재사고로 7명이 숨진 데다 KT 지하통신구 화재로 통신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열차와 지하철도 툭하면 멈춰서고 땅바닥이 꺼지는 싱크홀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해상 조난사고에 산업 현장의 유독 화학물질 누출사고도 빈번하다.
대부분의 경우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라는 사실이 심각하다.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다. 사고 지역은 여러 차례 싱크홀이 발생한 곳으로 낡은 열 수송관이 내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졌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매설된 지 27년이나 지난 노후관으로, 언제 파열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난방공사는 배관 관리를 소홀히 했고 그 결과가 이번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평상시에는 방심하고 있다가 사고가 터지면 ‘재발 방지’를 외치는 당국의 상투적인 뒷북 행정도 큰 문제다. 앵무새처럼 인명피해 최소, 철저한 원인조사, 특단대책 마련 등 호들갑을 떨지만 그때뿐이다. 안전 대책은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고 결국 닮은꼴 사고가 자꾸만 일어나는 것이다. 국민들의 목숨과 재산을 각자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쓴웃음이 나올 판이다.
수박 겉핥기식 안전점검과 임시미봉의 땜질 처방으로는 반복되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사전예방 조치만 제대로 했더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가 많다. 사후에 법석을 떨 게 아니라 안전 시스템 전반을 철저히 점검해 근본적인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되풀이할 텐가. 국민들이 날마다 가슴을 졸이며 지내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