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민전세지원 미달, 정부 탓만 하는 서울시

  • 등록 2019-03-08 오전 4:15:00

    수정 2019-03-08 오전 4:15: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저소득 서민 계층을 위한 효과적인 주거대책으로 정착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해명 자료를 냈다. 전세금 지원형 공공주택(옛 전세임대주택)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본지 보도(4일자 ‘서민 위한 전세금 지원 공공주택 매년 미달인 이유’ 참조)를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과연 실상은 어떨까. 전세금 지원 공공주택은 주거 취약계층인 저소득층과 신혼부부에게 전월세 보증금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제도 취지는 좋지만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부임 이후 공급 목표를 달성한 경우는 2013년 딱 1번 뿐이다. 평소 ‘서민의 친구’을 표방하며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주택 정책의 최일선에 내세운 박 시장으로서는 무색한 성적표다.

이는 지원 대상이 되는 전세금 조건이 현 서울 주택시장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데 기인한다. 지원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 규모(1인 가구는 60㎡이하)의 전세주택과 보증부월세주택(반전세)으로 보증금 한도액(전세전환보증금 포함)이 2억2500만원이다. 지난달 말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값(전셋값 순서대로 주택을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전세가격)이 4억2146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시세보다 2억원은 싼 집을 구해야 한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제도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과 국토교통부 훈령 등에 규정돼 있어 서울시(시 산하 SH공사)에서 입주자격, 지원 금액 등 조건을 따로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서울 지역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급 물량을 합하면 실적은 매년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서울시 말대로 전세금 지원형 공공주택은 SH공사를 비롯해 LH와 지방공사가 주택도시기금 및 국고경상보조금을 재원으로 공급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공급 물량을 기관별로 정해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 공급 실적을 합치려면 공급 계획을 일원화해야 하지만, 애당초 처음부터 기관별로 목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서울시가 제도 수정을 건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이를 개선하고 수정하려는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단순히 중앙정부 탓만으로 돌리는 서울시의 변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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