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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이라는 표현처럼 진부하기 일색이던 기업 사업보고서가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표현이 풍부해졌을 뿐 더러, 특히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 수위도 세지는 편이다. 이에 대한 금융투자업계 반응은 오죽하면 그랬으리라는 호소부터, 아직 어색하다는 우려가 교차했다.
이번 사업보고서에서 정부 노동정책을 언급한 제조업 계열 상장사 관계자는 “회사는 한해 실적이 나오게 된 이유와 근거를 주주와 투자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 정책 영향이 실제로 지난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서 사업보고서 형식을 빌려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언급을 한 유통 계열 상장사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 실적이 영향을 받은 유력한 요인이었기 때문”이라며 “공시책임자인 대표이사가 관련 내용을 검토한 이후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를 숫자(재무제표 및 손익계산서 등)가 아니라 글로 설명하라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상장사는 경영 진단이나 분석 의견을 작성하면서 영업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변수를 언급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면서 사업보고서에서 각종 변수가 전보다 자유롭게 등장하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을 사업보고서 안에 충실하게 기재하도록 상장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과감한 사업보고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상당수의 상장사가 라이선스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 날을 세울 수 있는 뉘앙스는 꺼려왔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정부정책은 사업 변수가 아니라 상수였고, 당국과 척을 지는 상황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정부정책이 사업보고서에서 언급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사례”고 평가했다. 이어 “해당 변수가 일회성에 그치는지 반복해서 등장하는지를 봐야 하고, 아울러 특정 규모와 업종의 기업에 집중돼 있는지를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