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속사정] 전략 부재의 여의도

  • 등록 2019-05-26 오전 6:00:00

    수정 2019-05-26 오전 6:00:00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실 박용규 비서관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실 박용규 비서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이라는 한바탕 태풍이 지나간 여의도 정가는 가깝게는 국회 정상화, 멀리는 내년 총선을 위한 숨고르기 중이다. 여야는 국회 정상화 전략을 모색 중이지만, 질러놓은 말들을 주워 담기에는 녹록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소위 놀만큼 논 것 아니냐는 평가 속에 금명간에 정상화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표면적인 상황만을 놓고 보면, 상황은 변한 게 없다. 패스트트랙의 원천무효를 인정하고 사과하라며 장외투쟁을 선포하고 거리로 나선 제1야당과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일단 들어오라고만 하는 여당의 말싸움, 기싸움은 여전하다. 뚜렷하게 양보할 만하거나 혹은 이를 넘어서는 제3의 대안을 찾기도 녹록지 않다.

여야의 힘겨루기는 여의도 정치판에서는 늘 있는 당연지사다. 처음에는 서로 절대 받을 수 없는 주장들로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발씩 뒤로 물러나면서 타협지점을 찾아간다. 이런 현상은 ‘협상’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당내 강경파들의 입장 때문에 소위 협상파들의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한다. 그렇게 갈등은 고조되지만, 지속되는 긴장감은 곧 엄청난 피로도와 함께 국민적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당내 힘의 균형추가 협상파에게로 넘어간다. 이쯤 되면, 갈등의 전반부에서 제기됐던 여러 가지 쟁점들 중에서 상대방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타결될 만한 쟁점 한 두 가지만 남는다. 그리고 양 쪽에서 ‘비록 아쉽지만’ 국회 정상화가 더 중요하기에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다며 협상을 종료한다.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약 한달 간 지속된 현재의 여야 대치를 풀 만한 제3의 대안이 딱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대화 파트너들 사이에서 협상이 재개됐다는 측면, 최종 정상화 합의문 작성을 위해서 여야간 조금씩 자기 카드도 내놓고 있는 모습은 긍정적인 신호다.

국회 정상화 협상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자. 정부여당은 어찌됐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민생법안은 법안대로 중요하지만, 여당 입장에서 추경 심사는 일각이 여삼추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요구를 집권여당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15일 여야5당의 합의문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던 한국당이기에 적어도 패스트트랙 상정법안 처리에 있어서는 신뢰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여당이 내놓을 카드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와 야당이 만남과 개헌 등에 대한 입장 표명 등을 통해서 한국당의 복귀 명분은 충분히 열어줄 수 있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 한국당도 적잖이 급한 기색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장기간 장외활동의 마무리가 돼 가는 상황인데, 복귀명분을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패스트트랙에 처리 과정에 대한 여당의 사과라도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민주당의 반응은 냉담하다. 대승적으로 야당이 국정운영에 협조한다며 복귀선언을 하기에도 쉽지 않다. 패스트트랙 법안도 법안이지만, 그 과정에서 있었던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무한정 미룰 수도 없다. 추경안에 담겨 있는 강원도 산불, 포항 지진 복구예산이 대부분이 한국당 국회의원의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지독한 당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경우는 국회 정상화 협상에서 중요한 캐스팅보터다. 원칙적으로 제3당의 면모는 제1당과 제2당이 반목하고 갈등하는 것을 중재하는 과정 속에 빛날 수 있다.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제3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20대 국회 막바지, 각 당의 새로운 원내지도부가 시험대 올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간의 정국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공전기간이 길었던 만큼 국회의 할 일도 많다. 국회 정상화를 앞두고 전략적으로 유불리는 따지는 것을 일체 하지말라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협상장에 들어서기 앞서 팍팍한 국민들의 삶을 돌아보고 정당과 국회의원의 책무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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