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앤디 워홀 걸고…481억원어치 총력전

국내 미술경매사 양대산맥 '한해 마무리' 경매
케이옥션 11월 경매…역대 최대 211억어치 출품
박수근 '시장의 사람들' 11년전 '빨래터' 넘나
서울옥션 제27회 홍콩세일…현대 '걸작' 승부수
워홀·브라운·부르주아에 김환기·권옥연 가세
  • 등록 2018-11-19 오전 12:12:00

    수정 2018-11-19 오전 3:43:10

박수근의 ‘시장의 사람들’(1961·위)과 앤디 워홀의 ‘자화상’(1986·아래 왼쪽), 루이스 부르주아의 조각 ‘클리비지’(1991). 케이옥션 ‘11월 경매’에 추정가 40억∼55억원으로 나서는 ‘시장의 사람들’은 11년 전 ‘빨래터’가 세운 45억 2000만원을 넘어서 작가 최고가 경신을 이룰지가 관심이다. ‘자화상’은 워홀의 타계 한 해 전 작품으로 서울옥션 ‘제27회 홍콩세일’에서 23억∼36억원에, 여성의 신체 일부를 파편화한 뒤 다시 엉켜놓은 ‘클리비지’는 22억∼36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케이옥션·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 한 무리의 여인이 좌판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맞다. 여기는 시장통이다. 장날에 어디 물건만 사고팔던가. 그 한쪽으론 한참 얘기 중인 여인들도 보인다. 토속적인 배경과 인물, 화강암을 닮은 거친 화면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박수근(1914∼1965)의 그림, 그중 ‘시장의 사람들’(1961)이다. ‘시장의 사람들’이 국내 경매에서 작가 최고가 경신에 나선다. 추정가는 40억∼55억원이다. 이제까지 그이의 가장 비싼 작품은 2007년 5월 서울옥션에서 45억 2000만원에 팔린 ‘빨래터’(1961). 김환기 일색인 ‘국내 미술품경매 최고가 작품’ 중 9위로, 이중섭의 ‘소’(연도미상·7위·47억원)와 함께 그이의 작품으론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어 있다. ‘시장의 사람들’이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10위권 순위에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

#2. 검은색 배경에 붉은 형광색으로 도드라지게 드러낸 얼굴. 매서운 눈매가 강렬하게 중심을 잡고 삐죽이 뻗쳐오른 머리카락까지 범상치 않다. 아는 얼굴이다. 자주 봐왔다. 세계 팝아트의 선구자이자 복제의 대가가 숱하게 뿌려온 덕이다. 앤디 워홀(1928∼1987). 그런데 그의 단 하나뿐인 작품이란다. 타계 한 해 전에 그렸다는 ‘자화상’(1986)이다. 그 ‘자화상’이 1600만∼2500만홍콩달러(약 23억∼36억원)를 걸고 시장에 나섰다. 30㎝ 남짓한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서 ‘나를 한번 보라’는 식으로 표정없는 신비감을 던지는 작품. 네거티브 필름 인화 기법으로 촬영한 모습을 바탕으로 실크스크린 잉크와 신테틱 폴리머 페인트를 캔버스에 얹어 완성했다.

국내 미술품 경매사 양대산맥인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총력전에 나선다.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여는 케이옥션 ‘11월 경매’는 203점 211억어치의 미술품을 내놓는다. 25일 홍콩 완차이서 여는 서울옥션 ‘제27회 홍콩세일’은 54점 270억원어치를 올린다. 불과 닷새 동안 두 경매사를 통해 거래될 미술품은 257점 481억원어치에 달한다.

특히 케이옥션의 각오가 남다르다. 올해 마지막 메이저경매를 역대 최대 금액의 출품작으로 꾸민 상태다. 얼굴마담은 박수근의 ‘시장의 사람들’로 세웠다. 이외에 김환기의 전면점화와 반추상화를 비롯해 이우환·장욱진 등 근현대작품, 해시계·책가도 등 고미술 희귀품을 골고루 내놨다.

김환기의 ‘22-Ⅹ-73 #325’(1973). 청회색톤 숱한 점을 찍어 만든 세로선이 180×132㎝의 화폭을 채운 전면점화다. 케이옥션 ‘11월 경매’에 추정가 30억∼50억원으로 출품했다. 이번 경매에서 김환기의 작품은 8점 총 61억원어치가 나선다(사진=케이옥션).


역시 올해 마지막 홍콩경매를 앞둔 서울옥션은 외국작가의 주요 작품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12월 국내 경매를 한 차례 더 남겨둔 서울옥션은 이번 경매를 마치 현대미술 전시회인 양 굵직굵직한 작가를 대거 동원해 ‘마스터피스 기획’으로 꾸몄다. 앤디 워홀 외에 영국 작가 세실리 브라운, 미국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와 알렉스 카츠, 독일 설치미술가 안젤름 키퍼 등이 나선다. 국내 마스터피스도 빼놓을 순 없는 일. 권옥연·이성자·이응노·김환기·이우환·박서보 등의 작품들이 빛을 낸다.

안젤름 키퍼(73)의 ‘오리온’(2004). 그리스신화의 오리온·아르테미스·아폴론 등의 이야기를 담은 별자리를 표현한 작품은 추정가 600만∼900만홍콩달러(약 8억 5000만∼13억원)를 달고 서울옥션 ‘제27회 홍콩세일’에 나선다. 가로세로 길이가 4m, 3m에 달하는 대작이다(사진=서울옥션).


△박수근 45억 2000만원 ‘빨래터’ 기록 넘어설까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대단히 평범한 예술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 거다. 박수근의 그림은 선하다. 진실해 보인다. 때문에 가장 한국적인 작가로 불리는지도 모른다. ‘작가 최고가 경신’ 운운하는 사람들의 바쁜 시선은 아는지 모르는지. 별 관심도 없다는 듯 저만치 떨어져 있는 ‘시장의 사람들’은 어렵던 시절 여인들의 삶을 몇 개의 굵은 윤곽만으로 그려낸 수작. 김환기 이전 한국 미술시장을 이끌어왔던 그이가 ‘빨래터’를 넘어서는 성적을 11년 만에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케이옥션의 이번 경매에 또 다른 화제작은 김환기(1913∼1974)의 시대를 관통한 작품들. 8점 총 61억원어치가 나선다. 대표작은 ‘22-Ⅹ-73 #325’(1973). 뉴욕시절의 끝, 타계 한 해 전에 그렸다는, 청회색톤 숱한 점을 찍어 만든 세로선이 화폭을 채운 전면점화가 추정가 30억∼50억원에 출품했다. 파리시절에 그린 산과 달, 학과 매화를 맑은 푸른 바탕에 얹은 ‘무제’(1958·시작가 15억원), 이른 뉴욕시절 일체의 구상을 빼버리고 색면과 색점을 실험하며 전면점화로 이행해가는 과정을 내보인 ‘Ⅵ-Ⅶ-66’(1966·추정가 4억 5000만∼6억)도 있다.

김환기의 ‘무제’(1958). 파리시절에 그린 산과 달, 학과 매화를 맑은 푸른 바탕에 얹은 작품은 케이옥션 ‘11월 경매’에서 시작가 15억원을 부른다. 이번 경매에서 김환기의 작품은 8점 총 61억원어치가 나선다(사진=케이옥션).


고미술품 중에선 ‘휴대용 앙부일구’(1906)란 이름의 해시계가 눈길을 끈다. 19세기 휴대용 앙부일구의 대표 제작자로 알려진 강건의 뒤를 이어 시계제작의 가업을 이어나간 강봉수(생몰년 미상)의 작품이다. 인류가 가장 오래 사용했던 시계란 해시계의 마지막 형태로 꼽는다는데, 상아로 만든 오목한 시계 아랫면엔 “광무 10년 강봉수가 제작해 이기태에게 주었다”는 기록이 선명하다. 추정가 2500만∼6000만원에 응찰자를 찾는다.

강봉수가 제작한 해시계 ‘휴대용 앙부일구’(1906). 케이옥션 ‘11월 경매’ 고미술부문에서 추정가 2500만∼6000만원에 응찰자를 찾는다(사진=케이옥션).


송석 이택균(1808∼?)의 ‘책가도 10폭 병풍’(1871 이후)도 있다. 도화서 화원 출신인 이택균은 ‘3대째 책가도를 잘 그린 도화서 화원 집안’이란 배경을 지녔다. 이번 책가도는 현전하는 이택균의 작품 4점 중 한 점. 그중 가장 규모가 크고 보관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정가는 3억∼7억원.

△강렬한 화면 세실리 브라운…여성성 강조 부르주아 조각도

온통 붉은색으로 덮인 사람들이 뒤엉켜 있다. 추상인 듯 구상인 듯 섬뜩하고 에로틱한 인상이 강렬한 그림. 세실리 브라운(49)의 ‘피자마게임’(1997∼1998)이다. 2007년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160만달러(약 18억원)에 거래됐던 작품이다. 브라운은 지난 20년간의 작품을 두고 세계서 2017년에 거래한 작가 20명 중 10위를 차지한 작가. 그이의 독특한 스타일은 1960년대 추상표현주의 대가들과 루벤스·푸생 등 옛 거장들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단다. 추정가는 3000만∼5000만홍콩달러(약 43억∼70억원). 서울옥션의 이번 홍콩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나왔다.

세실리 브라운의 ‘피자마게임’(1997∼1998). 조지 애봇 감독의 동명 영화 제목을 차용했다고 알려진 작품은 추상인 듯 구상인 듯 섬뜩하고 에로틱한 화면이 특징이다. 서울옥션 ‘제27회 홍콩세일’에서 추정가 3000만∼5000만홍콩달러(약 43억∼70억원)를 붙이고 새 주인을 기다린다(사진=서울옥션).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조각도 주목할 만하다. 부르주아는 바로 지난달 서울옥션 ‘제26회 홍콩세일’에서 국내 경매사 거래 최고가 조각품의 기록을 쓴 ‘콰란타니아’(1983·6700만홍콩달러·약 95억원)의 작가다. 이번 경매엔 두 점이 나오는데 여성의 신체 일부를 파편화한 뒤 다시 엉켜놓은 대리석 조각 ‘클리비지’(1991·1500만∼2500만홍콩달러·약 22억∼36억원), 모성의 상징인 가슴을 도드라지게 강조한 브론즈 ‘좋은 어머니’(2007·400만∼600만홍콩달러·약 6억∼8억5000만원)다.

가로세로 길이가 4m, 3m에 달하는 안젤름 키퍼(73)의 대작 ‘오리온’(2004)도 있다. 그리스신화의 오리온·아르테미스·아폴론 등의 이야기를 담은 별자리를 표현한 작품은 추정가 600만∼900만홍콩달러(약 8억 5000만∼13억원)를 달았다. 인물에 집중한 사실주의 화풍으로 주목받아온 알렉스 카츠(91)의 ‘해변을 걸으며’(2003·250만∼400만홍콩달러·약 3억 6000만∼6억원)도 나섰다.

알렉스 카츠의 ‘해변을 걸으며’(2003). 250만∼400만홍콩달러(약 3억 6000만∼6억원)를 걸고 서울옥션 ‘제27회 홍콩세일’에 나선다. 빛이 자연스럽게 맺히는 해변의 풍경을 카메라로 빠르게 촬영해 화면에 옮겼다(사진=서울옥션).


국내 작가 중에선 권옥연(1923∼2011)과 김환기의 그림이 시선을 끈다. 권옥연은 화면을 내리누르는 진한 갈색의 묵직한 덩어리를 캔버스에 앉힌 ‘목정’(1965∼1968)과 추상톤의 도시풍경에 매단 한국적 호롱불이 인상적인 ‘알로 2’(1995)를 내놨다. 추정가는 90만∼1500만홍콩달러(1억 3000만∼2억 2000만원)로 같다. 김환기는 뉴욕시절의 ‘12-Ⅲ-68 #2’(1968)로 또 한 번 홍콩을 공략한다. 회색·검정이 맞닿은 바탕에 붉고 파랗고 빨간 색점으로 선을 만들고 중앙에는 노란색 돌덩이 같은 타원을 박았다. 추정가 550만∼800만홍콩달러(약 7억 5000만∼12억원)에 새 주인을 기다린다.

권옥연의 ‘목정’(1965∼1968). 화면을 내리누르는 진한 갈색의 묵직한 덩어리를 캔버스에 앉혔다. 서울옥션 ‘제27회 홍콩세일’에서 90만∼1500만홍콩달러(1억 3000만∼2억 2000만원)에 응찰자를 찾는다(사진=서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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