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금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든 정치적 사회적 권리가 사실은 어마어마한 피를 흘리며 인류가 쌓아온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루이 16세의 죽음 이면에는 수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이 있고, 이걸 깨닫는 게 역사와 사회과학 공부의 시작이란다.”
책은 유럽의 역사현장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들여다본다. 현직 부장판사인 아빠와 두 딸이 열흘여간 프랑스·영국·독일의 주요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장소와 유적에 얽힌 역사적 사건을 살피며 의미와 유산을 이야기한다.
유럽을 여행하며 나눈 대화지만 자주 우리나라와 연결고리를 찾는다. 프랑스혁명의 현장인 베르사유궁전과 바스티유감옥에서 왕의 절대권력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우리의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청교도혁명부터 명예혁명까지 피를 흘리지 않고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한 영국의 법체계가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도 살펴본다.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룬 독일에서는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준비할 것과 통일의 효용을 따져보며 우리의 내일을 그려보기도 한다.
누구나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꼽지만 역사적 맥락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세 나라에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졌다. 아빠와 딸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사회적 쟁점을 이해하고,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