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부유한 1%' 위한 핵심행동대원 389명 신상 털다

초국적 자본가계급 '글로벌 파워 엘리트'
국가권력보다 강한 '비정부 관계망' 설계
세계자본흐름 쥐고 집중된 부 유출 막아
▲자이언트│피터 필립스│446쪽│다른
  • 등록 2019-05-22 오전 12:40:00

    수정 2019-05-22 오전 12:58:19

세계의 부를 쥐락펴락하는 초국적 자본가계급 ‘글로벌 파워 엘리트’. 저자 피터 필립스가 1조달러(약 120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거대 자산운용사 17개를 중심으로 글로벌 파워 엘리트 389명을 공개헸다. ‘가장 부유한 1%를 위한 핵심행동대원’이란 이들이 세계 자본주의 흐름을 통제하고 집중된 부의 유출을 막는 ‘비정부 관계망’ 설계를 담당한다고 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3년 전인 2016년에는 62명이었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8명. 서바이벌게임에서 살아남은 숫자가 아니다. 아니 어찌 보면 그것일지도 모른다. 62명, 8명은 세계 재물의 절반을 차지한 사람을 센 거니까. 단 8명이 세상의 모든 부, 그중 50%를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라면 이런 가정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멀지않은 미래에 세계 부의 절반을 단 한 사람이 소유할 수도 있다.”

늘 봐오던 ‘부의 편중’을 그린 그림. 그런데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적어도 정치사회학자인 저자가 볼 땐 그렇다. 21세기 세계경제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할 수가 있다니까. ‘부의 집중화.’ 고전적 이슈인 ‘빈익빈 부익부’를 훌쩍 뛰어넘는 현상이다. 돈이 돈을 버는 수동적인 개념과도 거리가 멀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를 조정하는 혹은 관리하는 누군가가 ‘치밀하게 활동’한 결과라니까.

저자는 친절하게 이들을 부르는 용어도 만들어냈다. 굳이 국경에 갇히지 않고 세계의 부를 쥐락펴락하는, 긴밀히 조직된 초국적 자본가계급 ‘글로벌 파워 엘리트’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국가권력보다 강하다는 파워 엘리트가 될 수 있었나. 주로 거대 자산운용사에서 이사진으로 일을 한단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정부기구나 단체의 임원으로도 활약한다는데. 주된 업무는 이거다. 세계 자본주의 흐름을 통제할 것, 부의 유출을 막아낼 것.

사실 여기까지면 섭섭하다. 책은 그들의 실체와 그들이 가진 슈퍼파워까지 낱낱이 ‘까발린다’.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공식적인 자산규모만 들먹이다 마는 정도가 아니다. 재산은 기본이고 학력·경력에 실명까지 공개해 막강한 ‘이너서클 리스트’를 만들어낸 거다. 저자가 특히 타깃으로 조준해 신상을 턴 이들은 389명. 그러곤 기꺼이 “가장 부유한 1%를 위한 핵심행동대원”이란 타이틀을 부여했다.

△17개 자산운용사가 운영하는 5경원

글로벌 파워 엘리트가 세계를 한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건 일단 금융자본의 핵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책은 세계 부의 지도를 숫자로 다시 짜는 일에 공을 들였다. 흥미로운 건 저자 스스로 이 작업이 1956년 찰스 라이트 밀스가 쓴 ‘파워 엘리트’의 전통을 잇는 일이라고 밝힌 점. 집필목적을 나란히 세운 건데. 굳이 왜? 파워 엘리트가 세상의 “모든 결정을 내리는 존재”기 때문이다. 결국 그때나 지금이나 ‘파워 엘리트’의 존재감은 여전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아니 그 이상이다. 기업·군대·정부의 삼위일체로 형성한 밀스의 ‘파워 엘리트’는 미국이란 국경을 넘지 못했더랬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국가·정부를 다 뛰어넘어 ‘글로벌’화 했으니까. 오로지 ‘비정부 관계망’ 아래서 작동하고 있으니까.

세계자본을 관리·보호·활성화하는 네트워크. 저자의 타깃 389명이 바로 그 ‘비정부 관계망’을 설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니 판이 어찌 돌아가겠나. 이들이 가장 쉽게 주무를 수 있는 상대가 되레 국제기구가 됐으니.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북대서양조약기구·G7·G20 등등 말이다.

389명을 공개하기 위해 저자가 특별하게 접근한 조직이 있다. 1조달러(약 120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거대 자산운용사 17개다. 미국 국적으론 뱅가드그룹,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그룹 등이 있고, 영국의 바클레이스, 프랑스의 악사그룹 등도 이름을 올렸다. 저자가 ‘세계 자본주의의 핵’이라 명명한 만큼 이들 17개 운용사가 운영하는 총 금액은 41조 1000억달러(약 5경원·2017년 기준)쯤 된단다. 이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수백개의 투자운용사에 투자하고, 또 서로가 서로에게 투자하기도 한다. 이른바 ‘상호투자연결망’. 결국 수십조에 달하는 세계자본이, 극소수가 조정하는 거대한 그물 속에서 계속 꿈틀대는 셈이다.

내친김에 저자는 이들 17개 자산운용사 이사진 199명의 실명도 내놨다. 글로벌 파워 엘리트 중 가장 많은 부류다. 199명 중 70%인 136명이 남성, 84%가 유럽계 백인. 그중 28명이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졸업했고, 세계은행·국제결제은행·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에서 일하고. 이들을 제외한 389명 중 나머지가 속한 기관·단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G30과 삼극위원회 집행부 85명, 대서양위원회 집행부 37명, 세계경제포럼 이사회 22명 등. 여기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도 셋이다. 세계경제포럼 이사회에 김용 전 세계은행총재, 삼극위원회 집행부에 류진 풍산 회장, 한승주 전 주미대사.

△8명이 세계 재물 절반 차지한 세상을 사는 법

저자는 왜 신상털기란 쉽지 않은 일에 덤볐을까. 60여년 전 밀스가 그랬듯 ‘우리 삶과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권력 네트워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란다. 사실 문제는 글로벌 파워 엘리트가 자신들이 빈곤한 인류의 바다에 떠 있는 1% 소수란 것을 깨달은 때부터 생겼다. 집중된 부를 보호해야 하니까. 그 부가 국가의 필수적 이익이라고 포장하고, 그 이념을 정당하고, 가난을 퍼뜨리고, 전쟁을 일으키는 반인류적인 행위가 수시로 뻗쳐 나오니까.

다만 예상할 수 있듯 뾰족한 대안은 없다. 호기롭게 389명의 명단을 꺼내놨으나 여기가 사실상 끝이다. 세계불평등보고서를 인용하고, “극단적 불평등과 억압은 세계 민중의 저항·반란을 불러올 뿐”이라 협박하고, 1대 99의 투쟁이던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이 꼬리를 물 거라 경고하지만 그냥 거기까지다. 아, 하나 더 있다. ‘글로벌 파워 엘리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책 끝에 붙였다. 세계자본을 어떻게 쓸지 결정할 때마다 우리의 자손을 생각하라고.

“우리 모두는 ‘그들이’ 세계를, 최소한 상당 부분을 운영하고 있음을 안다. 우리는 이들이 얼마나 강력한지, 무슨 짓을 하는지 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정확히 누군지는 알지 못한다.” 마크 크리스핀 밀러 뉴욕대 교수가 저자에게 힘을 보태려 쓴 이 문장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선명하다. 어쨌든 끄집어낸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거다. 아쉽지만 어쩌겠나. 그나마 보이지 않는 적보단 보이는 적이 덜 두려운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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