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수료는 챙기고 의무는 잊은 운용사

  • 등록 2019-06-25 오전 5:10:00

    수정 2019-06-25 오전 5:1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힘이 세면 목소리가 크기 마련이다. 주식시장에서 힘은 주식 수에 비례한다. 수십 조원씩 주무르는 자산운용사는 목소리가 큰 게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좀 다르다. 덩치 큰 자산운용사는 외려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삼성·한화·신한BNP파리바 운용은 주주권 행사 공시가 한 건도 없었다. 하지 않거나, 했더라도 안 밝힌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각각 2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KB자산운용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주주권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주주권 행사 자체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존 주가가 작년 2월23일(4만7750원) 이후 이날까지 주가는 52.4% 오른 데에는, 당시 KB자산운용 주주권 행사에 제동이 걸려 대주주와 유착을 끊은 덕이 크다. 광주신세계와 넥스트아이가 지난해 배당을 전년보다 최소 두 배 늘린 것은 KB자산운용 요구를 받은 결과다. 기업 성장세가 정체된 요즘 주주권 행사 자체로 부가가치를 창출한 다수의 사례는 주목받을 만 하다.

그런데 자산운용사 다수는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눈치 보느라 주주권을 묵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는 “재벌그룹 자산운용사가 주주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자기 모순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투자 대상이 저지른 잘못을, 대주주도 언제가 저지를 수 있어서 침묵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벌을 대주주로 두고 ‘주주권 행사 0건’을 기록한 삼성·한화자산운용은 귀가 가려울지 모른다. KB는 주인 없는 회사고,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신탁도 전통적인 재벌이 버티고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게 공교롭다. 문제가 무엇인지 몰라서 고치지 못하는 것보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서 고치려고 하지 않으면 더 잘못이다. 운용사가 펀드 굴리며 운용수수료를 따박따박 받는 만큼 수탁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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