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골목길 자작나무, 먹빛에 홀리다…구모경 '어느 밤 1'

2006년 작
고즈넉한 도시·자연 전경 수묵 채우는 작업
즐겨 세운 자작나무로 '추상수묵세계' 꾸며
  • 등록 2019-09-21 오전 12:45:00

    수정 2019-09-21 오전 12:45:00

구모경 ‘어느 밤 1’(사진=장은선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자동차 몇 대가 줄지어 주차한 어두운 골목길. 유독 그 길을 채운 붉은 벽돌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시선을 끄는 건 따로 있다. 건물보다 높게 솟은 흰 나무, 자작나무 몇 그루다. 자동차와 자작나무가 함께 잠든, 여느 동네 길에선 흔히 볼 수 없는 광경. 작가 구모경이 묘사한 ‘어느 밤 1’(2006)의 풍경이다.

작가는 고즈넉한 도시 혹은 자연 전경을 수묵으로 메우는 작업을 한다. 먹의 농도와 번짐만으로 풍경을 만들고 어느 한 지점을 붉은 톤으로 강조하는 식이다. 그 언저리에 작가가 즐겨 데려다 놓는 소재는 자작나무. 건물도 숲도 차도 채울 수 없는 심미적 조건을 기다랗고 허연 자작나무에 공들여 채워놓는 거다. 자작나무의 출현으로 단순하게 마무리될 뻔한 수묵화는 한 단계 넘어선 위치를 넘보는데, 이른바 구상으로 꾸민 추상의 세계다.

선보단 면을 통해 수묵의 깊은 맛을 낸 기법은 덤. 있는 듯 없는 듯한 세상에 잔잔히 흘린 먹빛에 홀린다.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서 여는 초대전 ‘그날, 그 자리에…’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채색. 130×162㎝. 작가 소장. 장은선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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