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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황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역경기가 얼어붙은 울산의 경우 증권사 1곳당 인구수가 1년 새 32% 급증했다. 고객이 증권사 직원과 마주하고 금융투자 업무를 보려면, 전보다 줄을 더 길게 서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행정복합도시인 세종시는 인구가 늘어나는 와중에 지점수는 더 빨리 늘어 증권사 1곳당 인구수가 27% 줄었다.
서울, 점포 급감해도 여전히 전국 1위
22일 미래에셋대우·NH투자·한국투자·KB·삼성·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자산규모 상위 8개 증권사 중 지점수가 적은 메리츠종금증권을 제외한 7개 증권사의 올해 반기 보고서를 보면, 이들 증권사가 전국에 보유한 지점(영업소 및 사무소 포함)은 모두 636곳이다. 이는 국내에서 영업하는 증권사 45개의 보유점포 1064곳(올해 1분기 기준) 대비 59.9%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역 경기에 따라 접근성 변화가 뚜렷했다. 조선업과 중공업이 밀집해 있는 울산의 경우 다른 도시에 비해 접근성은 높지만 증권사 지점 1곳이 커버해야 하는 인구는 1년 전에 비해 32.38% 급증했다. 울산 전체 인구는 0.7% 감소했는데 증권사 지점은 25% 급감한 탓이다. 역시 조선·중공업 메카인 거제와 통영이 있는 경남의 경우에도 15.64% 증가해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다. 지역 경기를 지탱하고 있던 제조업 업황이 침체한 것이 증권사 지점 다이어트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울산, 경남과 함께 ‘부·울·경’ 경제권으로 묶이는 부산에서도 증권사 지점당 커버 인구수가 18.48% 늘었고 대전과 인천도 전반적인 제조업 침체 영향으로 17~19% 증가했다.
반면 세종시는 증권사 지점 한 곳당 인구수가 10만9214명으로 전년대비 27.27% 감소했다.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가 추가로 이전한데다 여타 중앙행정기관 이전도 추진 중인 만큼 증권사 지점 신설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종시 인구는 전년동기대비 9.1% 증가한 가운데 2016년만 해도 1곳에 불과했던 7대 증권사 지점은 올해 상반기 3곳으로 늘었다.
서울 쏠림은 여전…아쉬운 금융약자
증권사의 지점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산술적으로 상반기 말 기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7개 증권사 지점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270곳)이다. 경기(104곳)가 뒤를 이었다. 서울과 경기지역에 58.8%가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57.9%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부산·울산·경남·대전·인천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점포 폐쇄는 경영을 효율화하는 게 주된 목적이고,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영업이 부진한 곳부터 우선 정리 대상으로 삼기 마련”이라며 “다만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실적 악화만을 이유로 완전히 철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 거점을 남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