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가 이철수, 낡은 경전서 파낸 '봄꽃' 지혜

신작 판화전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 전
원불교 '대종경' 담은 판화 200여점 전시
"대종경 넓은 지혜 쉽게 알리려 했다"
11월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 등록 2015-10-26 오전 6:15:00

    수정 2015-10-26 오전 6:15:00

이철수 ‘개싸움’(사진=문학동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아내가 원불교 신자였다. 연애할 때 아내 따라 원불교 교당에 자주 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에 왔을 때 원불교 법당에서 TV 중계로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를 봤다. 교황의 강론으로 법회를 대신하겠다고 해서다. 종교가 이렇게 열린 태도를 가질 수 있구나 싶어 무척 충격적이었다.”

목판화가 이철수(61)가 오는 11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에서 신작판화전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를 연다. 이번 판화전은 이 작가가 원불교의 8대 교서 중 하나인 ‘대종경’을 읽고 감화를 받은 구절과 자신의 소감을 새긴 판화 203점을 선보인 자리다.

원불교는 1916년 박중빈 소태산대종사(1891~1943)가 창시한 민족종교다. 대종경은 소태산대종사의 법문과 행적을 모은 언행록. 한국어로 쓰인 최초의 종교경전으로 평가받는다. 일반인이 대종교의 진리를 깨우치기 쉽도록 평이한 구술체로 쓰였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이 작가는 자신과 원불교와의 인연을 소개한 뒤 “원불교 대종경의 언어는 젓가락 한쪽으로 묵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순했다”며 “날카롭거나 자극적이지 않지만 넓은 지혜를 가진 마치 봄꽃 소식 같은 대종경을 젊은 세대와 원불교를 모르는 이들도 교양서적처럼 접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철수 ‘봄바람은…’(사진=문학동네)


1980년대 이른바 ‘민중미술’의 흐름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조명을 받은 이 작가는 1990년대 접어들면서 벼락같은 깨달음을 중시하는 선불교의 교리를 담은 작품을 주로 선보여왔다. 이 작가는 “오랫동안 선불교를 더듬으며 살았다”며 “그 공부 덕에 대종경을 새로 읽으며 얼마나 큰 지혜인지 알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시에 나온 판화는 5년 전 원불교로부터 ‘원불교 100년’을 기념해 판화 100점을 제작해달라는 청탁을 받으며 작업하기 시작했다. 1년 6개월여 대종경을 공부한 뒤 3년 6개월을 밤낮으로 판화제작에 매달렸다. 애초 100점을 청탁받았지만 300여점을 제작했고 이 중 203편을 추려 전시를 열게 됐다. 원불교라는 배경이 있지만 작품은 딱히 종교적인 색채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보편적인 진리로 전해온다. 예를 들어 한 판화의 경우 작가는 “사나운 개가 그 동류에게 물려 죽게 된지라”라는 대종경의 한 구절을 적은 뒤 개 두 마리가 싸우는 모습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한 줄 덧붙인다. ‘싸우기 좋아하면 싸우다 죽는 법.’ 판화의 제목은 ‘개싸움’이다.

입장료는 무료. 대종경 필사본과 영인본 8권을 함께 전시한다. 서울 전시가 끝나면 대구·광주·익산·부산·대전 등 전국순회전도 열 예정이다. 전시와 같은 제목으로 도록을 겸한 단행본(문학동네)도 출판했다.

목판화가 이철수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오는 11월 3일까지 여는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 전 개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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