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동연, 한발 늦은 ‘부동산과의 전쟁’

부동산 가격 급등에도 신중론 고수
8월 정부안 제출 뒤 부랴부랴 수정
국가재정운용계획 수정안도 생략
"집값 잡으려면 면밀한 준비했어야"
  • 등록 2018-09-18 오전 5:00:00

    수정 2018-09-18 오전 5:04:30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 뒤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요즘 부동산 때문에 우울증 걸렸습니다.”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 서울에서 만난 지인은 이렇게 토로했다. 40대 가장인 그는 몇년 전 송파구 아파트 구입을 권유 받았다. 그는 망설이다 전셋집에 그대로 있기로 했다. 그가 구입하지 않은 아파트는 그동안 몇억원이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던 그는 “집값이 못 잡히면 지지 성향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부동산 광풍이다. 추석을 앞둔 민심에 불이 붙었다. 1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9·13 부동산대책이 과도하다’는 응답은 19.8%에 그쳤다. ‘미흡(39.4%)하거나 적절(31.9%)하다’는 응답이 71.3%에 달했다. 이번에 발표된 종합부동산세 증세 규모는 1조 150억원(내년 기준)이다. 이 정도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을 정도로 무주택자들의 울분이 큰 상황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뒤늦게 변신했다. 김 부총리는 작년 9월 “보유세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점진적 개편을 추진하겠다”며 지난 7월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발표했다. 부동산이 들썩이는 데도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이 안을 국회에 그대로 제출됐다. 이후 김 부총리는 지난 13일에야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며 종부세 개정안의 수정안을 발표했다.

마음이 급할수록 일은 꼬이게 된다. 그동안 기재부는 국회에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때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함께 제출해 왔다. 이 계획에는 조세부담률 등 5개년 단위의 재정 수입·지출 방향이 담긴다. 국민 1인당 세 부담 수준이 적정한지도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엔 이런 사전 절차도 밟지 않고 종부세를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만큼 급했다.

종부세를 보는 관점도 부랴부랴 수정했다. 2008년 당시 기재부는 종부세에 대해 “과도한 세부담으로 지속이 불가능한 세제”라며 “극소수 납세자에 대해서만 과도한 세부담을 지우는 것은 보편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기재부는 “보유세는 경제활동 왜곡이 적어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가장 효율적 조세”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왜 입장이 변했는지 발표 자료 어디에도 설명은 없었다.

조세 정책은 민감하다. 그렇기 때문에 ‘집값 안정화’ 대책이라는 명분 있는 정책일수록 결과 못지 않게 면밀한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책이 지속적으로 효과가 있다. 김 부총리가 취임 초부터 ‘집값 잡기’에 일관된 소신을 강조했다면 어땠을까. 지난 7월에라도 ‘집값 잡는 게 최우선’이라며 강도 높은 개정안을 냈다면 어땠을까. “기대가 커서 실망도 크다”는 무주택자 40대 지인의 울분이 잊혀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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