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 이러한 현상을 ‘과잉선택권(Overchoice)’이라고 한다. 선택권이 많을수록 즐거워야 하는데, 정작 선택의 대안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판단과 결정에 어려움을 느끼고 이는 심리적 압박감 즉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라는 미국 심리학자는 이런 현상을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이라고 했다.
영업을 잘 하는 사람은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고객은 일정 숫자 이상의 다양한 제안을 받으면 처음에는 선택의 다양함에 흥분하지만, 이내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여러 가지 선택을 분석하기 시작하면 고민은 한층 깊어진다. 가까스로 최종 선택에 도달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선택하지 못한 것들의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또 다른 사람들은 더 좋은 대안이 무엇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선택을 미루게 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에서 이런 선택의 다양성에 대한 실험을 했다. 마트에서 하루는 잼 6개를 진열해 시식하게 하고, 다른 날에는 잼 24개를 두고 시식을 하게 했다. 연구진은 좀 더 다양한 잼을 시식할 때 더 많은 수의 잼이 팔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6개만 두고 시식을 했을 때가 잼 24개를 제공했을 때 보다 구매가 10배가 많았다.
실제 대형마트에서도 각 품목별로 한두 가지의 제품만을 진열해 두면 전체 구매 액이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고객들이 선택을 하기 쉽도록 해 최종 구매결정을 유도한다.
흔히 알려진 옥수수 밭 실험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알려 준다. 옥수수 밭 중심을 걸어가면서 가장 좋은 옥수수를 선택해서 따오는 게임이다. 게임의 원칙은 뒤돌아오면서 딸 수는 없고, 앞으로 전진 하면서 단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옥수수 밭이 끝나면 물론 옥수수를 딸 수가 없다. 그러면 대부분 옥수수를 따지 못하고 빈손으로 나오거나, 형편없는 옥수수를 들고 온다. 좀 더 좋은 옥수수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앞으로 걸어가다가 결국 하나도 선택하지 못한 채 옥수수 밭이 끝나버리는 셈이다.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려고 백번 맞선을 보고도 끝내 선택을 못하는 경우도 옥수수의 선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만나는 사람이 늘어갈수록 상대의 장점만 모아서 생각하니 선택의 기준이 엄청나게 올라가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적절한 배우자를 만나기 힘들다는 말은 이런 배경으로 보면 상당히 논리적인 이야기이다. 선택의 기준이 늘어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고려하다가 선택 장애에 빠지는 전형적인 예이다. 최고의 선택을 위한 심사숙고가 결국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결정 장애의 원흉인 셈이다.
결혼을 빨리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어릴 때 한 눈에 반해서 열렬하게 구애를 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가 많다. 첫사랑을 할 때에는 이것저것 고려하기 보다는 말 그대로 첫눈에 반해서 몰입한다.
선택을 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좀 단순하게 생각하면 한눈에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선택을 하면 된다. 자신의 분석력을 과신하고 모든 변수를 고려하기 시작하면, 좀 더 나은 선택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매일 매일 선택 할 것이 너무나 많은데 모든 것에 최상의 선택을 할 수는 없다. 전통 경제학에서 가정하듯이 모든 정보를 가진 것도 아니고 정보가 평등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가진 정보는 한정적이고 그나마도 편향되었을 수 있다. 최선의 선택을 하려면 일단 선택의 기준을 간소화 하고 순위를 정하면 된다. 기준이 서면 고민은 현격히 줄어든다.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보자. 가장 간단한 물건도 수십 가지의 선택이 있다. 가격이 최우선이라는 기준을 정했으면 가격으로 정렬해서 주문 버튼을 누르고 잊어 버려야 한다. 한 시간 두 시간씩 손가락이 아프도록 올려보고 내려 볼 필요가 없다. 어차피 최상의 선택은 없다. 차선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혹시 지금도 선택의 고민이 가득하다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질문을 해보자. 그리고 과감히 결정을 하자. 우리의 감을 믿고 확신을 가지면 행복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