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 강정' IPO시장]②코스닥벤처펀드 열풍 사그라드니 수급교란 '후폭풍'

상반기 코스닥벤처펀드 열풍에 수급 교란 후폭풍
증시 폭락에 회계감리 이슈로 침체…공모가 거품 빠져
테슬라·성장성특례 요건 성과 미진…실효성 의문 지속
  • 등록 2018-12-17 오전 5:30:00

    수정 2018-12-17 오전 7:40:03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상고하저`의 양상을 보였다. 상반기 코스닥벤처펀드 열풍에 과열 양상을 보였던 시장은 하반기 들어 증시 변동성 확대, 회계감리 강화 등으로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상장 문턱을 낮추기 위해 테슬라 요건이나 성장성 특례요건을 내놓았지만 성과가 미진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 열풍에 수급 교란…코스피 부진 지속

올 상반기 IPO 시장의 화두는 단연 코스닥벤처펀드였다. 지난 4월 출시 이후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기 위한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4~5월 IPO 수요예측은 평균 7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고 현대사료(016790)는 지난 5월 공모 청약에서 1690대 1의 경쟁률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모청약이 성공하는 등 정부의 IPO를 독려하는 분위기에 기업들의 상장 시도도 줄을 이었다.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월별 11~14개의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통상 상장예비심사 청구 후 상장까지 3~4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7월부터 꾸준히 기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공모주 물량을 어느 정도 채운 기관투자가들이 공모 청약에 참여하지 않자 서서히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의 인위적인 펀드가 수급 교란을 불렀다는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내놓은 코스닥벤처펀드가 시장 수급 왜곡이라는 후폭풍을 야기하면서 당초 기대에 비해 공모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기대로 코스닥에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올해 유독 코스피 기업의 부진도 잇따랐다. 애경산업(018250) 롯데정보통신(286940) 티웨이항공(091810) 등 흥행 실패가 속출하고 만족할만한 기업가치 평가를 받지 못해 코스피에서 6개 기업이나 자진상장을 철회했다. 롯데·애경·아시아나 등은 간만에 그룹 계열사의 IPO를 재개하면서 주목받았지만 IPO 과정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향후 계열사의 상장 추진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증시 폭락에 회계감리 이슈로 침체…공모가 논란 지속

상반기 IPO를 통한 기업 자금수혈에 적극 나섰던 정부는 하반기 들어 증시가 폭락하고 회계감리 이슈가 터지자 상장 심사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예비심사를 청구한 싸이토젠(217330)은 10월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았으며 4월에 심사를 올린 전진바이오팜 남화산업(111710) 등도 승인을 받기까지 6개월의 기간이 걸렸다.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회계감리가 지연되자 기업들이 자진해 상장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심사 지연에 연말로 IPO 기업들이 몰리면서 시장은 진통을 겪었다. 하루에 2~3개, 많으면 4개까지 수요예측이 몰리면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 평가를 못 받게 된 것이다.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총 18개 기업으로 최근 3년래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악재들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공모 일정을 시작한 기업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는 공정한 기업가치 평가가 이뤄질 확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며 “지난달 수요예측 및 공모청약 단계에서 인기 편중 현상은 물론 상장 이후 수익률 측면에서도 극명한 엇갈림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공모가 논란도 지속됐다. 연초 엔지켐생명과학(183490) 오스테오닉(226400)의 공모가 재산정 해프닝으로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으며, 코스닥벤처펀드로 인한 공모가 왜곡도 일어났다. 상반기 공모시장 열풍에 눈높이가 높아진 기업과 시장간의 평가 간극이 커진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들은 상반기 시장이 과열됐던 때를 기준으로 삼고 내심 공모가를 높게 책정받길 바랐다”며 “그러나 하반기 들어 종목별 기업가치와 밸류에이션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공모가 거품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테슬라·성장성특례 요건 성과 미진…기술특례 상장만 난립

지난해부터 기술 등급을 받지 않은 적자 기업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테슬라 요건이나 성장성 특례 요건 등을 도입했으나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상장한 카페24(042000) 이후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곳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성장성 특례는 지난달 셀리버리(268600)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상장주관사의 풋백옵션 부담으로 인해 오히려 기술특례 상장만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 기술특례 상장 가능 기업은 역대 최대치인 21개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코스닥시장에 기술특례 상장을 신청한 기업은 총 25개로 전체 기업의 22.3%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상장했거나 상장 예정인 21개사 중 16개가 바이오 업종에 속할 정도로 여전히 바이오 쏠림 현상이 심했다. 더구나 기술특례 상장 기업 중 절반 가량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으며, 상장 후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도 절반 이상에 달했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 늘어나면서 공모 기업수는 채웠지만, 질적인 성장 측면에서는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는 힘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상장 요건이 안착되려면 시장에서 충분한 경험이 쌓이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계속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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