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중문화 인물론④]최진실론(崔眞實論)-"루머는 철창없는 감옥이에요"

  • 등록 2008-12-26 오후 12:29:12

    수정 2008-12-31 오후 1:28:57

▲ 고 최진실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연예인에게 루머는 철창없는 감옥이에요"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녀를 자살로 몰고 간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에 떠돌던 ‘사채업자 루머’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씁쓸하기만 하다. 사실 필자는 그녀를 잘 알지 못했다. 연예계에 종사하며 수없이 많은 스타들과 만나 그들을 인터뷰했지만 유독 그녀와는 인연이 없었다. 허물없이 기자들과 지낸다는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올초 OBS 경인TV ‘진실과 구라’를 진행했던 것이 인연이 돼 인터뷰를 하면서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홍대 모 사진관에서 이뤄진 그녀와의 첫 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 된 인터뷰.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와의 만남은 필자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그녀가 어떻게 스타의 반열에 올랐으며, 20여년간 정상의 자리를 이어왔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가 세상에 없는 지금, 왜 그토록 사람들이 그녀를 그리워하며 잠못 이뤄 하는지까지 말이다.  
 
시종일관 필자를 배려하며 인터뷰를 리드해 간 그녀는 한마디로 이름처럼 진실함이 묻어났고 누구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사람이었다.  

◇최진실론 Ⅰ.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산다

최진실은 올해 연기 외도를 했다. 평생 토크쇼를 해본 적이 없는 그녀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가 토크쇼를 한 것은 OBS 주철환 대표와의 인연 때문이다. 그녀는 처음엔 MC 제안을 고사했다. 하지만 주 대표의 ‘너 아니면 안된다’라는 말 한마디에 불평없이 이 프로그램을 맡았다.
 
그녀는 이 토크쇼를 하고 난 뒤에도 무척이나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올해 초 괜히 한다고 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잠을 뒤척이기도 했단다. 연기자이고 항상 주어진 삶 안에서, 대본 안에서 연기를 해온 사람이다. 그녀의 고민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색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물론 처음 해보는 일인만큼 어느 정도의 위험과 손해는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 대표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긴 그녀는 선택 앞에 과감했다.
 
최진실의 이런 면모는 비단 이 일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녀는 매사에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믿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냥 한다. 그녀를 아끼는 기자들이 유독 많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신인 때는 모든 걸 다 줄 것 같다가도 뜨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바꾸는 요즘의 일부 연예인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녀의 이런 성품은 어떤 연예인보다 고비가 많았지만 매번 이를 딛고 일어서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 고인의 납골묘에 놓여진 전성기적 활동사진.

◇ 최진실론 Ⅱ. 지독한 연습벌레

토크쇼는 처음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일에 있어 누구보다 철두철미한 그녀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진실과 구라’ 촬영장을 방문했다가 최진실의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그녀의 사전에 대충이란 없는 듯 했다. 최진실의 손에 들린 대본에는 각 신마다 빽빽하게 혹여 있을지 모를 상황에 대비한 가상 시나리오가 적혀 있었고, 그날 출연하는 게스트들에 대한 상세한 뒷이야기도 준비돼 있었다. 그녀의 이런 사전 노력은 본 촬영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해 보였음은 물론이다.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촬영전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지만 이는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촬영장에 들어가기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최진실만이 가진 장점”이라고 그녀를 평가했다.
 
최진실 또한 노력하는 연기자를 높게 평가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길 수 없는 것은 노력이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쉬지 말고 노력했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론적으로 무장하기 앞서 현장 경험을 귀하게 여기고, 선배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 최진실론 Ⅲ. 연예인에게 루머는 철창없는 감옥이다

최진실에게 나훈아 루머를 이야기 했을 때 그녀는 답답해 했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루머에 대처했던 나훈아의 모습은 물론 그녀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대다수 연예인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루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무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좋은지 모르겠다고 한숨 지었다.
 
최진실은 "루머 당사자는 철창만 없을 뿐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는 말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녀는 "근거없는 루머는 그 사람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며 "자식들, 그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녀는 루머와 악성댓글에 대해 신체적인 폭력만 없다 뿐, 마음에 엄청난 상처를 안긴다는 점에선 폭력의 수위가 결코 덜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 그녀는 연예인들이 악성루머에 신경 안 쓴다고 하는 것은 다 거짓말이라면서 무시할 수는 있어도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는 것이 바로 악성루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최진실은 사람들이 연예인을 너무 막 대하는 것 같아 슬프다는 말도 했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이내 눈물을 쏟았다.

◇ 최진실론 Ⅳ. 친구 이영자를 사랑한 그녀

최진실은 무인도에 3명을 데려갈 수 있다면 누구를 데려 가겠느냐는 질문에 부모님, 아이 그리고 이영자를 주저없이 꼽았다. 자신이 배 고프다고 하면 무인도에서 멧돼지라도 잡아서 바비큐를 구워줄 수 있는 친구이고 그 상황에서도 웃음을 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무인도가 정 지루해지면 나무를 잘라 뗏목을 만들어서 함께 탈출하자 말해줄 것 같다며 친구 이영자에 높은 신뢰를 보였다.
 
그만큼 최진실은 생전에 친구 이영자를 끔찍이도 아꼈다.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했다. 이영자에게도 그러했듯, 최진실에게 이영자는 든든한 백이었다. 사실 그랬다. 최진실이 좌절의 늪에 빠져 방황할 때마다 이영자는 “친구야, 우리 모두 바닥을 쳤는데 뭐가 두렵니”라며 그녀를 다독였다. 최진실을 떠나보내며 무척이나 많이 울었던 이영자도 같은 심정 아니었을까./OBS경인TV '윤피디의 더 인터뷰' '주철환 김미화의 문화전쟁' 프로듀서(sanha@obs.co.kr
▲ 고 최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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