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찰스 헤이 영국대사 "원전은 기저 에너지...한국 원전 폐쇄 사업 참여 희망"

  • 등록 2017-08-11 오전 5:00:01

    수정 2018-02-28 오후 2:16:56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라는 초강경 발언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줄곧 북한과의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찰스 헤이 영국 대사(사진)를 지난 달 28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저에서 만났다. 헤이 대사는 핫이슈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화를 강조했다. 최대 경제 현안 중 하나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출)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른 혼란 우려를 일축했다. 국내에서 첨예한 대립을 빚고 있는 탈원전 이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해야 하지만 전력 수급이 안정적이지 않은 단점이 있다‘면서 ”보완재로 원전 등 기저발전 에너지(basic energy)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한·영 FTA 추진중..“실무그룹 계속 만남 가져”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례로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우려했던 ‘엑소더스’(대탈출) 시나리오대로 속속 영국을 떠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삼성전자 유럽법인이 런던에서 유럽으로 옮긴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헤이 대사는 누구도 브렉시트 협상이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급격한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브렉시트는)영국이나 유럽연합(EU) 회원국에게는 큰 도전”이라면서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영국과 EU간에 관계가 유지되면서 천천히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유럽법인 ‘이전설’과 관련해서는 그는 “삼성이 브렉시트 발표 후에도 거액의 영국 투자를 결정했다”고 강조하며 이를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헤이 대사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브렉시트 결정 이후에도 기존의 한·EU FTA(자유무역협정)를 대체할 한·영 FTA에 대해 한국과 영국간 FTA 체결을 계속 진행하는데 동의해 실무그룹이 계속 만남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도 실무그룹이 구체적인 사항을 상의하기 위해 방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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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환경 상위권..법률시장 개방해야”

기업 환경과 관련한 이야기에서 헤이 대사는 대부분 한국의 순위가 높다며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의 매각차익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해서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했다.

당시 관련 사안을 상당히 관심있게 봤다는 그는 ‘먹튀’라는 한국어 표현을 써가며 이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한국 언론에서는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MBK파트너스에 넘기기로 계약을 두고 “테스코의 과도한 매각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먹튀’ 매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2015년에도 헤이 대사는 “테스코가 먹튀 자본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발언해 홈플러스 노조의 규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헤이 대사는 당시와 같은 입장을 다시 한번 나타냈다. 그는 해당 거래를 두고 “성공적인 투자 사례지만 국민정서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들어올 때 자유롭게 들어오고, 나갈 때도 자유롭게 나갈 수 있도록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영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법률 시장을 개방하기를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헤이 대사는 “FTA 체결로 상품 진입은 쉬운데 서비스 분야는 진입 장벽이 있는 것 같다”며 “영국이 법률시장을 개방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시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큰 시장을 보는게 필요하다”며 법률시장을 개방하면 영국과 함께 협력해 우리나라 법률회사가 세계로 진출하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北과 긴장완화 위해서는 스포츠 등 비정치분야의 교류해야”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대화를 강조했다. 헤이 대사는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서울과 북한간 대화채널을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비정치분야에서 스포츠 등을 통해 하는 교류가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원한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한국과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헤이 대사는 평양의 영국 대사관을 통해 북한 동향을 보고받고 있으며 북한 측에 인권이나 미사일 시험 등에 관한 강력한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영국은 평양에도 대사관을 두고 있다. 인터뷰 당일 주 평양 대사가 서울을 다녀갔다고 헤이 대사가 설명했다). 그러나 고위정치 교류는 북한에서 비핵화에 대한 반응이 올 때까지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테러리스트들간 돈 흐름 차단해 극단주의 막아야”

최근 영국은 맨체스터경기장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헤이 대사는 “폭력과 테러, 극단주의 등은 반드시 국제사회가 협력해 줄여야 한다”며 “테러리스트들간 돈 흐름을 차단하고 SNS에서 서로 (테러를)상의하는 등의 일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 헤이 대사는 각국이 정한 의무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나라가 협약에서 동의한대로 약속을 지켜야 하고 (협약을)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원전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투자 늘려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2079년까지 원전 퇴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헤이 대사는 원전 퇴출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기상 상황에 따른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기저 발전 에너지인 가스, 석탄,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헤이 대사는 말했다. 그는 석탄은 줄이려는 추세이지만 가스와 원자력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2020년까지 석탄화력을 완전히 정리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풍력 등 재생에너지 쪽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40년부터 모든 경유·휘발유 차량의 국내 신규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 헤이 대사는 “2040년이 엄청 먼것 같지만 자동차회사들이 어떻게 할건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헤이 대사는 영국이 1960년대부터 원전 해체와 관련해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영국이 한국전력과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스코틀랜드에는 한국의 풍력타워(풍력발전기의 날개와 터빈을 지탱하는 기둥) 제조업체인 CS윈드가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오는 9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에너지 종합전시회인 ‘2017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는 영국 기업들도 참가할 예정이다.

노벨상 수상자 38%가 英서 수학..“영국에서 공부하세요”

헤이 대사는 자국의 우수한 교육기관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세계 10위권 대학 중 세 곳이 영국에 있으며 노벨상 수상자의 38%가 영국에서 공부했다는 통계를 강조했다. 또 헤이 대사는 자국의 연구와 혁신이 아주 훌륭하고 세계적인 수준이며 한국 카이스트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비가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브렉시트 발표로 파운드화가 하락세를 보여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적으로 학부 과정이 4년, 석사 과정이 2년인 것과 달리 영국은 각각 3년과 1년만에 끝낼 수 있기 때문에 학비를 덜 든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학비가 미국보다 싸다고 헤이 대사는 강조했다.

또 그는 석사과정을 지원하는 ‘취브닝 장학생’을 매년 선발하고 있으며, 1100명이 넘는 한국인이 그동안 이 장학금을 받고 영국에서 공부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는?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는 2015년 2월 한국에 부임했다. 한국 부임전 재외 영국인 대상 영사서비스와 위기 관리를 책임지는 영사국장, 스페인 주재 부대사로 일했으며, 체코와 벨기에 브뤼셀의 EU 대표부에서 근무했다. 부임 직전 런던과 서울에서 1년 간 한국어 연수를 받고 부산의 한국인 가정에서 머물며 한국문화를 체험했다. 모국어인 영어 외에 체코어와 스페인어, 프랑스어가 가능하다.

1993년 영국 외무부 입부 전에는 육군 고든 하이랜더스 연대에서 대위로 근무했다. 헤이 대사는 사우스햄튼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방송통신대학(Open University)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았다. 고향은 스코틀랜드 에버딘이다. 부인 파스칼 서더랜드는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두 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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