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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민 기자] 광주광역시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서 지방 5대 광역시(대구·부산·대전·광주·울산)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 남구와 동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그간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적었던 게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빠르게 치솟는 상승세를 타고 광주 남구의 한 특정 아파트는 불과 7개월만에 3억~4억원씩 가격이 폭주하면서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해 가격을 부풀리는 ‘자전거래(自轉去來)’ 의혹까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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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광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84%나 뛰었다. 이는 지방 5대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대구는 4.04% 올랐고, 대전은 2.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울산과 부산과 각각 3.21%, 1.23% 하락했다.
광주 아파트값 급등세는 명문 학군이 몰려 있어 ‘광주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남구 봉선동 내 인기 아파트 단지들이 이끌고 있다. 2년 전 입주한 봉선동 ‘봉선제일풍경채엘리트파크’ 아파트는 올해 1월 전용면적 84㎡짜리가 4억 3000만원에 팔린 것을 시작으로 4월 6억 37000만원, 6월 7억 4000만원, 8월 8억 4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매매가격이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주 지역이 그간 공급 물량이 적어 ‘새 아파트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최근 노후 주택을 헐고 새 아파트로 짓는 재개발·재건축 붐이 일면서 집값이 뛴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주변 일대 단지들도 ‘갭 메우기’ 차원에서 덩달아 오르고 있다”며 “서둘러 집을 구하려는 실수요자뿐 아니라 가수요가 가세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년~2018년) 광주에서 입주한 물량는 올해 6197가구를 포함해 2만 8763가구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대구는 6만 2965가구, 부산 5만 8901가구 등으로 이와 비교하면 광주는 새 아파트 물량이 턱없이 적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자 ‘규제 청정지역’인 광주에 외부 투자 수요까지 몰리며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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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광주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일부 거래 물건 중에는 잔금을 치르기 전에 계약을 취소해 가격을 부풀리는 자전거래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자전거래는 집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있지도 않은 거래를 실제로 있는 것처럼 꾸며 실거래가를 신고했다가 취소하는 수법을 말한다.
실제 광주 남구청에 따르면 최근 봉선동의 주요 아파트에서 거래된 10건 중 1건 이상의 거래가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도금까지 낸 뒤 잔금 직전에 아파트 거래를 취소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아파트값 급등세와 함께 자전거래 의혹까지 일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광주를 투지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광주시도 지난달 말부터 ‘부동산 불법거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거래가격 허위신고, 다운계약 강요, 다운·업 계약서 작성과 허위신고 등 불법 행위에 관한 신고 접수 및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