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철·성용' 공백 지운 권창훈·주세종, 벤투호 새 기둥될까

  • 등록 2019-03-24 오후 12:18:06

    수정 2019-03-24 오후 1:46:29

22일 오후 울산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볼리비아의 평가전에서 권창훈이 볼리비아 수비진 사이로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울산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기성용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운 주세종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과 기성용(30·뉴캐슬)은 10년 넘게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기둥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아시안컵 이후 둘은 나란히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22일 울산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A매치는 ‘포스트 구자철’, ‘포스트 기성용’을 찾는 숙제가 놓인 경기였다.

희망을 발견했다. 주인공은 권창훈(25·디종)과 주세종(29·아산)이었다.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딛고 1년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권창훈은 구자철이 책임졌던 2선 공격 진영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주세종도 기성용의 터줏대감처럼 지켰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후계자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권창훈에게 지난 볼리비아전은 의미가 큰 경기였다. 권창훈은 지난해 5월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소속팀 경기 도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꿈에 그렸던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최근까지 재활에 몰두했다.

권창훈은 1년여의 긴 기다림 끝에 국가대표팀에 돌아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첫 A매치 출전이었다. 4-1-3-2 포메이션에서 2선 오른쪽이 그의 자리였다. 하지만 위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황인범(23·밴쿠버), 손흥민(27·토트넘) 등과 수시로 자리를 바꾸면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프리롤처럼 움직이면서 사실상의 게임메이커 역할까지 책임졌다.

전반 중반 폭발적인 스피드로 현란한 개인기로 볼리비아 수비 사이를 뚫고 30미터 이상을 질주하는 모습은 4만여 축구팬들이 모두 일어나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골을 터뜨리진 못했지만 여러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날리고,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면서 대표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권창훈은 부상 이전에도 대표팀에서 중요한 선수였다. 특히 프랑스 1부리그에 진출하면서 기술과 체력 모두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다. 리그에서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들과 상대하기 위해 다분히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실제로 권창훈은 근육량이 많아지면서 지난해보다 체중이 3kg 정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권창훈은 훈련과 경기에서 알고 있던 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뛰어난 기술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권창훈은 “벤투 감독님은 선수 각자의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한다”며 “덕분에 모든 공격수가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재미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세종의 ‘중원 사령관’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볼리비아전의 수확이었다. 주세종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과의 최종전에서 정확한 후방 롱패스로 손흥민(토트넘)의 쐐기골을 도왔던 주인공. K리그 최정상급 미드필더로 인정받지만 대표팀에선 기성용, 정우영, 황인범 등에 밀려 백업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기성용이 빠진 빈자리를 메울 1순위로 주세종을 선택했다. 주세종은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정확한 후방 패스로 손흥민(토트넘)의 득점에 발판을 마련하면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기성용의 공백을 최소화할 적임자로 파울로 벤투 감독이 택한 인물은 주세종이었다. 벤투 감독이 새롭게 준비한 4-1-3-2 포메이션에서 ‘1‘의 역할을 맡았다.

수비 시에는 주로 센터백 2명 사이로 들어가 사실상 스리백의 중심을 맡았다. 최후방 라인에서 공을 잡아 그라운드 전체로 패스를 공급했다. ’벤투호 축구‘의 핵심인 빌드업의 시작이 바로 주세종의 발끝이었다. 아시안컵 이전까지는 기성용이 맡았던 역할이기도 했다.

기성용의 경우 정우영과 함께 ‘더블 볼란테(수비형 미드필더 2명이 나란히 서는 것)‘를 이뤘다. 수비 부담은 정우영이 짊어지고 기성용은 넓은 지역을 오가며 훨씬 자유롭게 움직였다. 반면 주세종은 수비적인 부분에 무게를 두면서 중원에서 조율을 책임졌다. 기성용과 정우영을 합친 역할을 혼자 수행한 셈이다.

주세종이 더욱 돋보였던 장면은 전방 측면으로 찔러준 대각선 패스였다. 후방에서 빠르고 길게 연결해주면 좌우 풀백이 파고들어 공을 잡은 뒤 크로스나 돌파로 역습을 이어갔다. 주세종의 패스는 정확하게 연결됐고 대표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주세종의 존재감은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최다 패스’ 부문에서 99번의 패스를 성공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대표팀 플레이에서 그가 차지한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패스 성공률’도 91.92%로 3위였다.

주세종은 “벤투 감독님이 대각선 패스를 통한 방향 전환을 많이 요구했다”며 “측면에 틈이 생길 때 롱킥을 통해 좌우 풀백에게 돌파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줬다. 이를 바탕으로 좋은 크로스가 올라오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창훈과 주세종은 볼리비아전에 이어 26일 콜롬비아전도 선발 출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볼리비아와 콜롬비아는 레벨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FIFA 랭킹 12위인 콜롬비아는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한다. 강팀을 상대로도 권창훈과 주세종이 제 역할을 해낸다면 벤투호의 확실한 주전을 꿰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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