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탈원전에 3년째 신규채용 급감…고용부 산하기관도 '역주행'

[공공기관 경영평가 리포트]①고용창출
기업은행 181명, LH 99명 전년대비 감소
코트라 등 산업부 산하기관 수년째 채용 감소
일자리 총괄 고용부·기재부 산하기관도 부진
  • 등록 2019-04-24 오전 5:40:00

    수정 2019-04-24 오후 8:40:19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8월29일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대강당에서 열린 2018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양질의 일자리, 상생과 협력과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 공공기관의 경영철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최훈길 정병묵 박종오 김소연 기자] 정부는 매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한다. 공공기관이 공적 책무를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를 따지기 위해서다. 올해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는 일자리 창출, 균형인사, 산업안전 등이다. 경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이들 항목을 염두에 두고 경영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데일리는 경영평가 발표를 앞두고 공공기관들이 얼마나 제역할을 했는지를 분석해봤다.[편집자주]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 발맞춰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채용 확대에 나선 반면 신규 채용에 눈감은 공공기관들도 많다.

특히 연간 수조원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는 대형 공공기관에서 신규채용이 크게 줄어든 경우가 적지 않았다. 수년째 채용 규모를 줄여나가는 곳도 부지기수다. 퇴직자 발생에 따른 충원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힘든 결과다. 젊은 피 수혈을 통한 공공기관 체질 개선을 위해서라도 신규채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15개 공공기관, 전년대비 신규 채용 감소

이데일리가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공공기관 360곳(부속기관 포함)의 지난해 신규 채용(시간선택제 포함 정규직 기준)을 전수조사한 결과 IBK기업은행이 전년보다 181명을 줄여, 신규 채용 규모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어 한국수력원자력(-175.5명(소수점 이하 시간선택제)), 서울대병원(-156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99명), 한국농어촌공사(-83명), 한국장기조직기증원(-78명), 한국수목원관리원(-78명), 코레일관광개발(-62명), 한국서부발전(-54명),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51명), 한국남부발전(-41.5명) 순이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767명을 뽑아 전년보다 채용 규모가 줄었지만, 전체 공공기관 중 9번째로 많은 신규 채용을 했다.

기업은행은 2017년에 준정규직 11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신규 채용으로 잡히면서 그해 채용 인원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었던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실제 채용 감소 규모는 69명이라고 해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15년 이후 명예퇴직이 사실상 불가능해 지면서 퇴직자가 감소해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신규 채용 규모는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분과 그해 사업 물량, 전체 조직 정원 등을 파악해 기재부 협의를 거쳐 정했다”며 “대규모 사업이 예정돼 있다면 채용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KDI국제정책대학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전쟁기념사업회, 공영홈쇼핑,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등은 지난해 아예 신규채용을 중단했다.

육아정책연구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한국상하수도협회,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부산과학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신규 채용은 각각 1명에 그쳤다. 이들 공공기관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들이다.

수년간 연속으로 채용을 줄인 공공기관도 적지 않다. 한수원의 신규 채용 규모는 2015년 1369명에서 지난해 427명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한수원의 작년 채용 규모는 공시된 2013~2018년 중 가장 적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8년에 신규 원전 중단 논의가 나오면서 인력 증원 사업이 없었다. 한수원 입장에서도 향후 상황이 불확실해 당장 채용을 늘리는 게 부담 됐을 것”이라며 “복합적 요인 중 하나로 탈원전 (정책)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자연감소를 감안하면 연간 250~350명 정도를 채용할 수 있는데, 2015~2017년에는 UAE 원전 ‘채용 특수’가 있었다. 이후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2017년 현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전환 논의가 시작됐다”며 “지난해 427명 채용을 한 것은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와중에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세라믹기술원, 한전원자력연료는 2016년 이후 2년 연속으로 채용을 줄였다. 한수원과 이들 5개 공공기관 모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이다.

고용부·기재부 산하기관도 ‘채용 역주행’

고용 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의 산하기관도 ‘일자리 역주행’을 했다.

고용부 산하기관인 한국폴리텍의 지난해 신규 채용은 54명에 그쳤다. 이는 2013년(39명) 이후 5년 만에 최소 규모다. 고용부 산하 노사발전재단 채용은 14명에 불과해 2014년(4명) 이후 4년 만에 최소치였다. 기재부 산하기관인 한국투자공사의 채용도 19명에 그쳐, 신규 채용이 공시된 2013~2018년 중 가장 적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4일 기자간담회에서 노사발전재단·폴리텍 채용 부진과 관련해 “고용부 산하기관이 포함된 부분은 국민께 죄송하다”며 “연구기관 특징상 박사 학위 소지자를 뽑아야 해 청년을 고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현실에 맞도록)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말했다.

폴리텍 관계자는 “지난해 캠퍼스 기능개편을 진행해 교원 신규채용을 중단한 영향”이라며 “작년 하반기에 교원채용 계획을 수립해 올해 2월 신규교원 60명을 임용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채용축소는 전반적인 공공기관 흐름과 역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360개 기준) 신규 채용은 3만3707명으로 전년(2만2605명)보다 1만1102명 늘었다. 115개 공공기관은 채용을 줄였고 233개 공공기관은 채용을 전년보다 늘렸다. 12개 기관은 전년과 동일한 채용규모를 유지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현재는 과거 정부에 비해 공공기관 증원 통제를 덜하는 상황”이라며 “매년 3% 가량 은퇴하는 자연 감소가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당연히 신규 채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정규직 기준)가 전년보다 줄어든 공공기관이 전체 공공기관 360곳(부속기관 포함) 중 115곳(32%)에 달했다.[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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