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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랑 비슷하네요. 이 정도면 네 식구가 먹고 살만 합니다.”
“선생님, 조금만 더 욕심을 내보시면 어떨까요? 제가 컨설팅 일을 하는데요. 선생님이 대출을 받아 배와 어구를 바꾸면 더 많은 고기를 잡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뭘 하게요?” “뭘 하다니요? 일단 대출금을 갚고나서 조금 더 큰 배를 사거나 배 한 척을 더 사는 거지요.”
“그래서요?“ ”그렇게 사업을 키우다보면 은퇴 후 노후 걱정 없이 사실 수 있잖아요. 이런 멋진 해변가에 아늑한 집을 짓고 식탁에 아이들과 둘러앉아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도 하고요.“
우리 삶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걸 봅니다. 중년 남성 상당수가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을 즐겨봅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월별 선호방송을 조사한 결과, 이 방송이 3월 이후 줄곧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2년 방송이 시작된 이래 시청률 5%대를 유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지요. 그만큼 많은 도시인들이 각박한 도시의 삶 대신 여유있는 전원생활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어른이라도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힘들더라도 참고 견디며 대도시에서 공부하라고 권합니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요. 그 후에는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아이들의 교육비를 대준 후 노후에 여유롭게 살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어른들이 말하는 여유로운 삶 중에는 자연인의 삶도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만약 청소년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목수일을 배워서 집과 가구를 만들면서 살겠다, 시골에 내 집을 지어 농사짓고 살겠다’고 하면 부모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조금 전까지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을 보면서 출연자를 부러워하던 부모라도 곧바로 정색한 얼굴로 말할 겁니다.
그건 30년 후에 생각해보라고 말이지요. 혹시 우리가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 부모들은 어쩌면 어부를 설득하려는 비즈니스 컨설턴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자녀는 소박한 삶으로도 만족스러운, 굳이 우리가 나서서 더 열심히 일하라, 더 욕심을 내보라고 하는 거지요.
2013년 한 동요제의 참가곡 ‘여덟살의 꿈’이 화제를 모았지요. 어느 초등 1학년생의 이야기를 들은 음악교사가 만들었는데 가사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나는 영훈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미용사가 될 아이가 국제중학교와 민사고 그리고 하버드대학에 갈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아이의 꿈이 아니라, 부모의 꿈이지 않을까요? 혹시 우리도 아이들에게 과잉공부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초등생 아들이 종이접기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할 때에 저는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이거였지요. 그 일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곧이어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활동하는 헤어 디자이너, 네일 아티스트들이 처음 그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에 그들의 부모들도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이 세상이 움직이도록 뒷받침하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노력으로 이 세상은 굴러갑니다. 제 아이도 여러분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아이를 보시거든 환영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