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기술우위만 믿고 안일한 日…소재 국산화로 기회"

NH투자證 김병연 글로벌투자전략팀장·박주선 연구원 인터뷰
日 반도체 소재업체 10군데 탐방…日기업 '자신만만'
"기술격차 상당해도 국산화 가능…가능한 곳부터 해야"
日 경제연구소는 방일 韓관광객 감소에 주목하기도
  • 등록 2019-10-07 오전 2:30:00

    수정 2019-10-07 오전 8:31:25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우리에게 묻지 말고 삼성전자에 가서 물어라. 왜 일본 제품을 쓰는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영향을 묻는 한국의 애널리스트들에게 일본 반도체 소재기업이 보인 반응이다. 정치적 이슈가 기업에 아무리 불리하게 흐른다 해도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반도체 소재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란 뜻이다. 강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멘트다.

그런 일본 기업들을 만나고 온 두 애널리스트는 현상황이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 기회라는 확신을 가졌다. 일본 기업이 이렇게 안일하게 받아들이고 있을때야말로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적기며, 차근차근 일본 제품을 대체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지난달 일본 소재기업을 탐방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온 NH투자증권의 김병연 글로벌투자전략팀장과 박주선 연구원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박주선(좌) NH투자증권 연구원과 김병연 NH투자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이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 메이지신궁 정문에 서 있는 모습. (사진=NH투자증권 제공)
日 기업 “韓기업은 우리 쓰게 돼 있다” 자신만만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공식 제외한 지는 한 달, 한국향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심사를 강화한 지는 두 달이 지난 시점인 지난달 중순. 김 팀장과 박 연구원이 일본을 찾았다. 박 연구원은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한 일본 통이고, 김 팀장은 오랫동안 투자전략을 짜면서 다양한 해외 변수를 분석해온 전략가다. 두 사람은 3박 4일의 일정으로 어드반테스트, THK, SUMCO, 나브테스코 등 반도체 소재 및 산업용 기계 관련 기업 10여곳과 만났고, JSR 등 기업과는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또 미즈호종합연구소 등 일본 현지의 경제연구소와도 만나 백색국가 제외 관련 얘기를 나눴다. 참고로 산업용 기계는 아직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추가 규제시 피해가 클 뿐만 아니라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김 팀장은 “최근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도 소재 국산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일본 기업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며 “한국이 정말 국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국산화를 한다면 실질적으로 어느 기업부터 수혜를 입을지 분석하기 위해 일본 기업을 직접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의 태도는 두 사람의 예상과는 달리 태연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은 ‘이런 불확실성이 기업하면서 한두번 있었겠느냐, 그런 불확실성을 거친 후 차지한 지금의 점유율이 우리의 위치’라고 얘기하더라”라며 “더 얘기할 필요도 없이 삼성전자에 가서 일본 제품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면 된다는 식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일부 기업들에선 규제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만만했단 얘기다.

다만 일본 기업은 소재 국산화가 거래선 다변화의 시작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은 ‘일본 제품이면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냐 아니면 거래선 다변화로 가는 흐름이냐’고 물어왔다”며 “한국이 국산화를 통해 일본을 이기겠다고 하면 일본 기업들은 버틸 수 있다고 보는데, 거래선 다변화의 첫걸음이라면 걱정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기술력 격차는 상당해도…“일본이 안일한 지금이 국산화 기회”

일본의 기술력은 그들이 자신만만할 만큼 대단했을까. 두 연구원은 ‘솔직히 기술력 격차는 부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온도·습도 및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의 카테고리나 글로벌 고객사와의 네트워크 레벨이 한 차원 높았단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력이 소재 국산화를 어렵게 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 팀장은 “일본 기업들의 자신감은 바꿔 말하면 오만함으로 볼 수도 있는데 그들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반격의 기회”라며 “당장 반도체 테스트장비 등은 한·일 간 기술격차가 적고, 이미 국내 기업들의 일부 공정에 이용되고 있어 국산화하는 데 부담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산업용 로봇 등 기술격차가 이미 상당히 벌어진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해주며 중·장기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소재 국산화보다도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이란 전언이다. 2018년 방일 한국인 소비액은 5881억엔으로, 한국향 반도체 수출액 5214억엔보다 더 많은 까닭이다.

박 연구원은 “탐방한 당일 방일 관광데이터(한국인 방일 관광객 전월 대비 48% 감소)가 나왔는데 일본 경제연구소들은 소비세 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인바운드 소비까지 줄어들 것을 걱정했다”며 “현재 방일 한국 관광객이 일본기업이 한국에 반도체 소재 파는 만큼 돈을 써주고 있는데, 규슈나 후쿠오카 등 지역 소도시는 방일 관광객 감소로 지역경제가 어려울 수 있어 관광 불매운동이 일본 정부의 태도를 바꾸게 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에만 기댈 순 없는 법. 결국 소재 국산화 흐름은 지속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 팀장은 “법원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하기 시작한다면 또 한·일 무역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백색국가 제외 이슈가 다소 소강된 지금을 반격의 기회로 삼고 국산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연(좌) NH투자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과 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사옥에서 인터뷰를 통해 3박4일간 일본 소재업체를 방문하고 온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슬기 기자)
◇ 김병연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1978년생 △서강대 경영학 졸업 △연세대 Finance MBA △2003년 NH투자증권 입사

◇ 박주선 연구원은… △1991년생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졸업 △2019년 NH투자증권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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