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춤은 마음의 식량

  • 등록 2018-11-08 오전 5:00:00

    수정 2018-11-08 오후 5:14:58

‘4마리 백조 페스티벌’은 지난 2017년 제38회 서울무용제에서 일반인의 관심을 촉발시키기 위해서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의 아이디어로 첫 선을 보였다. 사진은 당시 ‘4마리 백조 페스티벌’ 우승팀이 김옥랑 서울무용제 후원회장으로부터 상을 받고 있는 모습(사진=서울무용제 홈피).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해피엔딩에서 새드엔딩까지. 정통발레부터 비보잉까지.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발레의 고전이자 변주의 원천이다. ‘백조의 호수’는 낮에는 백조가 됐다 밤에는 인간이 되는 오데트 공주와 그녀의 사랑에 빠진 지크프리트 왕자의 비극적 사랑을 그리면서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르트와 그의 딸 오딜이 등장한다. 러시아와 독일의 전설 ‘오데트’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백조의 호수’에 숱한 안무가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네 마리의 백조’는 가장 사랑받는 안무다. ‘백조의 호수’ 2막 ‘작은 백조들의 춤’에서 네 마리의 젊은 백조는 경쾌한 멜로디에 자로 잰 듯 춤사위를 펼쳐낸다. 일명 ‘파 드 콰트르(pas de quatre)’로 불린다. ‘파’는 ‘걸음’, ‘콰트르’는 숫자 ‘4’를 뜻하는 것처럼 네 명의 무용수가 팔을 엇갈리게 잡고 같은 동작을 선보인다. 서로 보호하기 위해 손을 꼭 잡고 물장구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안무가 이바노프가 만들었다. 각 무용수의 균형미로 만들어내는 조형미가 일품이다.

‘네 마리의 백조’ 안무는 ‘백조의 호수’ 무대에 오르는 무용수 중에서 가장 촉망받는 이들이 맡는 행운을 누린다고 한다. 이들은 점차 실력을 쌓아 주인공 오데트를 맡는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워낙 유명한 대목인 만큼 공연에 따라 발레단에 따라 소소하지만 다양한 변주가 이뤄진다. 마린스키발레단은 치마를 큰 원처럼 치켜세운 의상 아래 경쾌한 움직임을 만들어냈고, 로열발레단은 백조의 깃털을 연상시키는 장식의 드레스를 입고 일사불란한 몸동작을 보여준다.

오는 17일 ‘네마리의 백조’의 또 다른 변주가 관객을 만난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4마리 백조 페스티벌’이 그 무대다. 제39회 서울무용제의 사전 행사로 열리는 서울댄스페스티벌의 한 레퍼토리다. 무용전공자와 일반인 등 누구나 도전의 기회를 열어 20여 팀이 결선 무대에 오른다. 지난달 28일 예선을 거쳐 열린 본선 심사의 열기는 뜨거웠다. 몇몇 대학 발레 전공자부터 아마추어 동호회원들도 4명씩 짝을 지어 무대에 올랐다. 다섯 살 남짓 된 무용수 네 명도 짝을 이뤄 앙증맞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4마리 백조 페스티벌’에는 어떤 형태로든지 안무의 변화를 가능해 말 그대로 창의적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발레·현대무용·마임 등 각각의 몸 언어와 청년의 고민,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 등 다양한 마음을 버무렸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관객의 얼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고, 마음에 공명을 일으켜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어렵게만 느꼈던 무용이라는 예술 장르가 바로 누구나 할 수 있는 몸의 언어라는 것을 증명한 무대였다.

전위무용가 홍신자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춤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육체를 지속하려면 음식을 먹어야 한다. 나에게 춤은 영혼의 식량이다.” 비단 춤이 그에게만 식량이 된 건 아닐 터이다. 가무를 좋아하는 우리 모두의 잊고 있던 식량은 아니었을까. 이번 ‘4마리 백조 페스티벌’ 결선에서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완성도로 1000만원의 상금을 받는 우승자를 뽑는다. 다가오는 주말 대학로에서 영혼의 식량을 만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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