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이 더 무섭다”는 기업들의 아우성

  • 등록 2018-12-14 오전 6:00:00

    수정 2018-12-14 오전 6:00:00

새해가 코앞인데도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짜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굴지의 대기업들 가운데서도 아직 새해 사업계획이나 인력채용 규모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계획을 확정했다고 해도 올해보다 투자를 늘리는 기업이 드문데다 아예 현상유지나 축소로 방향을 잡은 경우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사업계획도 못 세우는 것은 경영 여건이 워낙 나쁜 탓이다. 2년 사이 무려 29%나 오르는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는 반면 기업을 옥죄는 규제는 풀릴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노동편향 정책이 투자의욕을 꺾는 최대 요인이다. 미·중 무역전쟁 심화, 미국 금리인상, 중국 성장률 둔화 등 불확실성으로 뒤덮인 대외 환경도 그에 못지않은 악재다. 재계에서 “내년을 맞기가 무섭다”는 말이 유행할 만하다.

열악한 경영 환경은 지표로도 입증된다. 국내 1000대 상장사의 외형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452조원에서 2012년 1482조원으로 15년 동안 1030조원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492조원에 그쳐 5년 동안 겨우 10조원 증가하는 정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연간 외형 1조원 이상 기업을 지칭하는 ‘1조 클럽’도 1997년 74개에서 2012년 192개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187개에 머물렀다.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식어 간다는 증표다.

비록 늦은 감은 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속도조절 등 핵심 정책기조의 변화를 시사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동안 빗발치는 아우성에도 귀를 닫고 있다가 고용참사의 실체를 뒤늦게나마 시인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오는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겠다는 것도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려는 절박한 시도로 읽힌다.

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못 만들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회사 임원이 노조원들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돼도 경찰이 현행범으로 검거하기는커녕 빠져나갈 길을 터주는 나라에서 누가 기업하고 싶겠는가. ‘사용자는 악, 노동자는 선’이란 이분법을 떨치지 못하면 경제난국 타개는 어림없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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