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소리 듣고 방 온도 조절…구글과 경쟁해야죠"

산업은행 '넥스트라운드' 현장 가보니
스타트업들과 VC 심사역들로 긴장감
이동걸 산은 회장의 중점 추진 사업
130개 스타트업에 7100억 투자 유치
  • 등록 2019-04-29 오전 6:03:24

    수정 2019-04-29 오전 6:03:24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기관) ‘플러그 앤드 플레이’의 키스 리 파트너십 매니저가 지난 26일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넥스트라운드’ 행사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정남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오디오 검색이 가능해지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인공지능(AI) 스피커가 기침소리만 듣고 방의 온도를 알아서 조절해주거나 특정 약을 챙겨 먹으라고 해주는 식이지요. 저희 회사는 세계적으로 최소 1년 이상 기술력이 앞서있다고 자부합니다.” (한윤창 코클리어닷에이아이 대표)

“수익모델을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벤처캐피털 A사 심사역)

“단계별로 나갈 생각입니다. 기업간 거래(B2B)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고요. (외부 개발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더 풀어 사용 범위를 늘릴 것입니다.” (한윤창 대표)

◇스타트업들과 VC 심사역들로 긴장감

지난 2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DB산업은행 본점 1층.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IR센터에는 많아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산은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벤처투자 플랫폼 ‘KDB 넥스트라운드’를 찾은 스타트업 대표들과 대기업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담당자들, VC 심사역들이다. 넥스트라운드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기업 세대교체론’을 전면에 내걸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스타트업 세계는 국경이 없었다. 행사는 거의 영어로만 진행된 가운데 국내외 스타트업 4개사는 뜨거운 투자 유치 경쟁을 벌였다. 특히 주목받은 곳은 서울대 박사과정 당시 음악오디오연구실에서 만난 6명이 합심해 창업에 이른 코클리어닷에이아이(코클리어). 코클리어는 현재 총 13명 규모다. 한 대표는 VC 심사역들 앞에서 “2021년께 AI 스피커 등의 사업을 미국과 유럽, 중국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듯했지만 프리젠테이션(PT)이 진행될수록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 경제가 점점 경직되고 있다는 비판은 스타트업에 ‘딴 세상 얘기’ 같아 보였다.

오디오 검색은 명령어를 넣어야 대화할 수 있는 현재 AI 스피커의 한계를 벗어나, 비(非)언어적 소리까지 인식해 먼저 제안하는 것이다. 예컨대 가스레인지에서 끓는 물이 넘쳐흐르는 위급 상황에서 그 소리를 감지해 신속하게 알려주는 식이다. 한 대표는 “30년 전 빌 게이츠는 ‘언젠가 컴퓨터가 사람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며 “드디어 그 흐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제정용 산은 넥스트라운드실 팀장은 “행사 때마다 스타트업의 열띤 PT와 VC 심사역의 날카로운 질문이 오가 긴장감이 높다”고 했다. 산은 넥스트라운드를 통해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현재 130개사다. 그 규모가 7100억원이 넘는다.

◇美 실리콘밸리서도 찾아 열기 뜨거워

그렇다고 스타트업이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한 대표는 행사 후 기자와 만나 “창업하자고 친구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선택이 쉽지 않았습니다. 박사과정 1~2학기만 지나면 연구실의 대부분은 특정 대기업에서 산학장학금을 받고, 심지어 가게 될 회사의 부서까지 정해집니다. 창업은 많지 않아요. 저희는 최근에야 오디오 검색이 세계적으로 가능성이 보여 베팅을 한 거죠. 대기업보다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지요.”

한 대표는 “경쟁사는 구글”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미 세계를 보고 있다. 한 대표는 실제 오디오 공학 학사와 석사를 영국 퀸매리대에서 마쳤다.

이날 행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기관) ‘플러그 앤드 플레이’도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이동걸 회장의 최근 미국 출장이 인연이 돼 참석하게 됐다. 코클리어도 플러그 앤드 플레이가 발굴해 보육 중인 스타트업이다. 그외에 데이터마이닝 소프트웨어업체 프로세스골드, 사이버보안 플랫폼업체 디스펠 등도 PT를 했다.

캔디스 위도스 플러그 앤드 플레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들과 일하기를 원한다”며 “그들이 세계 무대로 나가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키스 리 파트너십 매니저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많이 발전했다”며 “1년 안에 한국에도 사무실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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