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증권시장부장] 다우지수 20.25%, 나스닥지수 30.6%, 닛케이225지수 16.38%, 상하이종합지수 15.16%. 대만 자이취엔지수 18.01%, 코스피지수 2.3%.
올 들어 지난달까지 각국 증시가 기록한 상승률이다. 대체로 두자릿수를 보였다 . 하지만 코스피는 겨우 2%대 상승이다. 코스닥은 6.31% 하락했다. 이 정도면 왕따라고 볼만 하다.
세계거래소연맹(WFE)이 집계하는 거래소 69곳의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한국 증시는 재작년 13위에서 작년 14위, 올해 10월 15위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외국인보다 더 국내 증시를 외면한 주체는 개인투자자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1개월 동안 코스피에서 개인투자자는 7조9737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오히려 332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과 기타투자자도 6조4460억원, 1조6900억원 가량 사들여다. .
오랫동안 여윳돈을 주식으로 굴려 온 이들에게 요새 무슨 주식에 관심을 갖고 있냐고 물으면 대부분 해외 주식을 얘기한다. 한국 증시는 제자리걸음이라 재미도 없고 딱히 끌리는 종목이 없는데 미국 증시를 보면 사고 싶은 종목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2일 종가를 기준으로 시총 1조1737억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1390조8700억원 수준이다.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시총 1조달러가 넘는다. 단일 종목 시가총액이 3일 종가 기준 코스피 전체 상장사 전체 시총인 1399조원과 맞먹는 것이다. 한국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98조원으로 애플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애플은 작년 말 대비 67% 가량 오른 반면 삼성전자는 30% 상승하는데 그쳤다.
현재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임을 감안할 때 한국 증시는 결국 개인투자자에게 달렸다. 해외로 나간 개미를 다시 불러들이려면 한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투자할만한 곳이라는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기업들은 당장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개미들이 미래를 보고 베팅할만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정부는 자본시장의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증권거래세 찔끔 인하 정도로는 정부가 증시 활성화 의지를 갖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 어렵다. 지금처럼 싸다는 매력만으로는 개미들을 유혹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