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포럼2013]박웅현 "알랭 드 보통, 질투나는 언어 천재"

국내 최고 광고전문가 박웅현, 알랭 드 보통과 대담
15초 마술사와 200만부 작가의 감성 들여다보기
  • 등록 2013-11-25 오전 7:30:00

    수정 2013-11-25 오전 7:30:00

[이데일리 이지현·김보리기자] “알랭 드 보통이 23살에 쓴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읽고, 경이를 넘어 질투가 날 정도였습니다. 사랑을 해부한 철학서를 어떻게 20대 초반의 나이에 쓸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세계여성경제포럼 2013’에서 알랭 드 보통과 일대일 대담을 펼칠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한대욱 기자)
우리나라 대표 광고기획가 박웅현씨(52·TBWA 코리아 전문임원)는 알랭 드 보통에게서 받은 강렬한 자극에 대해 말하며 투지를 불태웠다. 박웅현 씨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에서 열리는 ‘세계여성경제포럼2013(WWEF)’에서 세계적인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을 만나 그의 문하고가 감성, 인생을 직접 들여다보는 역할을 맡았다. 그의 질문 하나에 알랭 드 보통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날 수 있는 것.

박웅현씨는 “보통은 그의 저서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하는 생각과 감정, 행동을 낱낱이 분해해 보여준다”며 “생각에서 머물던 것이 글로 옮겨지면서 나타나는 작가의 통찰력은 읽는 이의 마음을 뺏는다”고 평가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사랑 연구서’라고 말하는 그는 “뼈는 뼈대로 추려놓고, 그것도 큰 뼈, 작은 뼈, 근육, 힘줄 등으로 다 분해해놨다. 그런 책은 본적이 없다”며 “그렇게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서 나왔을까가 가장 궁금하다”고 말했다.

알랭 드 보통과 공감 대담

박웅현씨는 보통에 대해 “그는 구어가 문어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그냥 받아적으면 책이 되는 사람이다. 이번 강연도 그대로 받아적으면 새로운 책이 탄생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흔히 문어체는 책에서 사용되고, 구어체는 실생활에서 사용된다. 실생활에서 하는 구어체는 글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책에 그대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생활에서 하는 얘기를 그대로 적어도 책이 된다니, 모든 작가들이 질투에 빠질만한 소리다.

박웅현 씨는 “보통 문어는 기승전결이 없지만 알랭 드 ‘보통’의 얘기에는 기승전결이 있다”며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배려하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한 권의 책과 한편의 광고로 여심을 사로잡은 보통과 박웅현에게 이번 포럼이 던진 공동 화두는 ‘여성’이다. 그들은 남성이지만 여성보다 여성을 더 잘 이해하고, 여성의 마음을 읽는데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새로운 시각이 기대되는 이유다.

알랭 드 보통은 이데일리와 사전인터뷰에서 여성의 장점을 ‘감성지능’이라고 꼽았다. 감성 지능에는 화를 다루는 방법과 상황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방법,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 등이 속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잘못을 인정하는데 익숙하고 상황에 대한 배려가 깊다는 의미다. 잘못을 인정하는데 거리낌이 없다보니 남성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얘기다.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한대욱 기자)
박웅현씨도 보통의 의견에 크게 공감했다. 그는 전중환씨가 쓴 ‘오래된 연장통’의 한 부분을 인용했다. “남성들은 1만년 전부터 사냥하면서 공격적 성향이 발달했다. 반면 여성들은 마을에 남아 자신과 아이가 생존할 수 있도록 현명하게 처신하고 갈등을 대화로 풀어내는 능력이 발달했다. 상대방의 표정과 말을 분석하는 데 여성이 더 뛰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웅현씨는 반성과 배려, 언어 능력 등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우수하다면서도 여성에게 부족한 한 가지를 꼽았다. 바로 우직스러움이다. 그는 “남성에겐 타협하지 않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 우직스럽게 추진해 나가는 면이 있다. 이 부분이 뛰어난 사람이 바로 스티브 잡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녀 모두 서로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며 상대의 장점을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녀의 장점이 합쳐지는 심리적 중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남자는 여성의 섬세함을 벤치마킹하고, 여성은 남성이 가진 추진력을 체득하면 그야말로 더 큰 에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려 관계의 미학이 답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난 20년간 그가 만들어온 주옥같은 광고 카피가 머리를 스쳤다.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틀을 깨며 문화가 된 그의 가치지향적 광고에는 배려와 공감 그리고 우직스러움이 묻어있다.

그는 프리초크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에 나오는 한 구절을 꺼냈다.

‘서양 문화는 꾸준히 양(陽) 또는 남성적 가치와 태도를 선호해 왔고, 그와는 상보적으로 대립하는 음(陰)을 가벼이 보았다. 서양인들은 융합보다는 자기주장, 종합보다는 분석, 직관적 지혜보다는 합리적 지식, 종교보다는 과학, 협동보다는 경쟁, 보전보다는 확장에 편중해 왔다. 양이 극에 달하면 음을 위하여 물러난다.’

그는 “이제는 분리보다는 융합, 지식보다는 지혜, 경쟁보다는 협업 등 공존의 시대다. 양으로 말하는 남성 중심의 추동에서 화합의 시대로 넘어왔다”며 “바뀐 패러다임에 더 잘 맞는 가치가 여성성”이라고 판단했다. 지금은 쾌도난마가 아니라 꼬인 실을 푸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라는 전제 때문이다. 그는 “배려와 관계의 미학을 아는 여성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웅현은

1961년에 태어났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받았다. 기자를 꿈꾸다 광고회사에 들어가 제일모직 ‘빈폴’ 광고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를 통해 광고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SK텔레콤 ‘생활의 중심’ 등의 광고를 연달아 성공시켰다. 칸국제광고제,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TBWA 코리아 임원급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광고가 만들어지는 처음과 끝을 총괄하는 역할)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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