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시장 열린다]①20년만에 봉인해제…은행과 핀테크 각축장

  • 등록 2017-04-08 오전 6:00:00

    수정 2017-04-08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한해 10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송금시장에서 은행권과 핀테크 업체 간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은행이 독점해왔던 해외송금 시장이 오는 7월 열리면서 핀테크 업체들이 시장진입을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은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 등을 이용해 비용을 줄이고 수수료를 대폭 낮춰 해외송금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액이체사업자 조건 갖추기 노력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 송금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하반기 소액 해외송금업체 등록을 위해 본격 준비에 나섰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해외 송금은 은행이나 은행과 제휴를 맺은 핀테크 업체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오는 7월18일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면 금융회사가 아니어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해외송금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국내 해외송금 시장 전망은 밝다. 해외 유학생도 상당한데다 국내 외국인 거주자가 늘면서 본국 송금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15세 이상 국내 상주 외국인은 142만5000명에 달해 1년 새 5만1000명 늘었다. 개인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을 의미하는 개인이전 소득지급은 지난해 89억7000만달러로 한국은행 통계집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급료 및 임금지급 역시 작년 13억7600만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를 보였다. . 이미 국내에서는 블루팬, 센트비, 모인, 핀샷, 페이게이트, 코인플러그, 머니택, 트랜스퍼 등의 핀테크 업체들이 활약하고 있다. 대부분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해당 국가에 비트코인으로 보낸 뒤 이를 다시 현지 화폐로 교환해 입금하는 방식으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였다.

현재 비트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에 대한 국내 규정이 없어 적법·위법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회색지대’ 상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7월부터는 등록만 하면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일부 핀테크 업체들은 투자유치를 통한 자본금 확충과 전산설비 구축 등에 나섰다.

◇은행도 초간편 송금서비스 제공

은행은 초간편 해외송금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 수수료와 같은 비이자수익에 목말라 있는 은행권에 해외송금 서비스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보통 은행에서 해외송금을 하면 국제 은행 간 결제시스템망인 스위프트(SWIFT)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3~5일이 걸렸다. 그러나 최근 상대방의 계좌번호 없이 휴대폰 번호 만으로 송금하거나 송금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스마트폰 앱을 통해 30초 만에 해외송금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외환 서비스’를 선보였고 KEB하나은행은 모바일앱에서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로 간편하게 해외송금을 할 수 있는 ‘1Q 트랜스퍼’ 서비스 지역을 15개 국가로 확대했다.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도 활발하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모바일을 통해 24시간 365일 200여국으로 송금할 수 있는 ‘위비뱅크 모바일 머니그램 송금서비스’를 시행했다. 수취인 계좌 없이도 송금 후 10분 내에 세계 35만개 머니그램 영업소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현대카드와 함께 소액 해외송금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 핀테크 업체인 커렌시클라우드와 해외송금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2000달러 이하를 해외로 보낼 때 낮은 수수료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내에 서비스 개시에 나서는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해외송금 서비스를 간판 영업모델로 제시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하는 것의 약 10분의 1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춰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얼마나 싸고 편한가가 관건

전문가들은 해외 송금시장에서 수수료와 편의성을 관건으로 꼽고 있다. 현재 은행 지점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본국으로 외화를 송금할 경우 수수료가 상당하다. 미화 2000달러 상당액에 대해 창구에서 내는 수수료는 2만원 안팎으로 1% 수준이지만, 환율 자체에 결제은행과 스위프트, 중개은행 등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녹아있어 실질적인 수수료율은 더 높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권에서 해외로 송금할 때 드는 수수료율은 5.0% 수준이다. 글로벌 평균인 7.4%에 비해서는 낮지만 핀테크 업체가 받는 수수료율이 1~3%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높다. 특히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은행에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모바일 송금환경을 얼마나 편리하게 구현하는가도 관건이다. 보통 은행 송금은 첫 거래 고객인 경우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지만 핀테크 업체들은 모바일상에서 처리 가능하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핀테크 업체의 영향력이나 파급력으로 봤을 때 수수료 인하 경쟁이 일어나는 등 해외 송금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가격과 접근성 등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갈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해외송금 시장이 이원화될 것으로 점치는 시각도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는 거래 안정성보다 저렴한 수수료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핀테크를 통한 송금수요는 커질 것”이라며 “하지만 내국인은 거래 안정성과 신뢰감을 중시하기 때문에 내국인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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