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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플랫폼파트너스는 맥쿼리인프라의 보수 구조를 문제삼으며 운용사 교체를 제안해 표 대결을 벌인 바 있다. 표 대결에서는 졌지만 맥쿼리자산운용은 운용보수를 낮췄다. 최근 성과보수를 폐지하는 등 운용보수를 또 낮췄다.
기관투자가들이 주주제안이나 주주서한 등을 통해 주주 활동을 강화하면서 기업들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이에 주가도 반응하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연초 들어 주가가 13.6% 가량 올랐고 맥쿼리인프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갈린다. 투자도 안 하고 쌓아두는 현금으로 떨어지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방어하기 위해선 자산 매각 등 어떤 제안도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이는 과도한 경영 개입이란 우려도 나온다.
韓 기업 지배구조, 亞 12개국중 꼴찌 수준..“투자할 곳 많다”
국민연금이 한진칼(180640), 남양유업(003920) 등을 상대로 주주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다 취약한 지배구조와 낮은 배당성향에 주주 활동이 개입할 만한 투자처도 많단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 수준은 아시아태평양 12개국 중 9위에 불과했다. 배당성향 또한 20% 안팎에 불과해 중국(35%, 2017년)보다도 낮다.
이에 따라 경영진의 자질 문제로 지배구조가 안 좋거나 주주환원 정책 등이 미진한 기업들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방직(001070), 한국가구(004590), 조선선재(120030) 등 10개사는 2년 연속 주주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주주제안 안건은 부결되는 게 다반사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2월 결산 상장기업들의 작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분석한 결과 27건의 주주 제안 안건 중 주총을 통과한 안건은 고작 2건에 불과했다. 윤종엽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봉건시대, 조선시대와 다를 바 없다”며 “현금을 많이 쌓아놓고 방치하는 상장사들이 많은데 배당이든 자사주 매입이든 인수합병(M&A)이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것은 소액주주 뿐 아니라 대주주도 혜택을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ROE 개선 위해서라면 뭐든지” VS “자산 매각 등 간섭은 너무해”
행동주의가 기업 가치와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대주주에만 유리한 상법 등이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KCGI가 한진칼에 감사 선임을 제안할 것에 대비해 한진칼은 단기차입금을 늘려 자산 2조원을 만들었고 감사위원회(자산 2조원 이상 의무 설치)를 설치하는 식으로 방어막을 치면 주주 활동이 들어갈 틈새가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에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뿐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돼 회사측안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감사위원 선출 자체가 부결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회사측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아트라스BX(023890)의 경우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총에서 두 번이나 부결된 감사위원(회사측 제안)이 법원 명령으로 현재 임시 감사위원으로 임명돼 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와 그렇지 않은 이사를 분리 선출하고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는 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단 의견이 나온다.
대주주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주주 자본비용에 대해선 인식이 없다”며 “주주 행동주의를 통해 대주주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주 자본비용에 대한 인식이 없다 보니 남양유업처럼 대리인인 경영진이 대주주에게 혜택을 줄까봐 배당을 못 늘리겠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생긴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