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각 세워봐야 실익없다` 경찰사건 직접개입 자제하는 檢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깃발.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범죄 의혹’ 관련 부실 수사 의혹을 두고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검찰 내에선 경찰과의 갈등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신응석)는 지난 18일 이른바 ‘버닝썬 사건’을 배당받았지만 경찰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식으로 개입하지는 않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6개팀 총 152명을 투입해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 서류검토 등 보완작업 정도만 하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단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버닝썬 사건선 경찰과 연예인·클럽 경영진 등의 유착 정황이 연이어 드러난만큼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검찰 내에선 꺼리는 모양새다.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 수사사건 전면 개입에 따른 부담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란 시각이 많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한 황창규 KT 회장의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 사건도 직접 재수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경찰 수사에서 두 기관은 황 회장 등의 구속문제를 두고 서로 충돌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지난해 6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황 회장 등 4명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반려하고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당시 검찰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경찰에 추가 수사토록 지휘했다”며 공개적으로 수사 미진을 지적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검찰이 수사지휘서에 ‘증거인멸 우려 없음’ 등을 이유로 ‘불구속’을 언급했다며 반발했다. 불구속 언급은 향후 경찰이 보강수사 결과에 관계없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지 말라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경찰은 보강수사 후 지난해 9월 황 회장을 제외한 임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번에도 기각했다.

경찰은 결국 2014년부터 4년간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총 4억379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황 회장 등 7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지난 1월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황 회장에 대한 소환 방침을 밝힌 상태다.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황 회장의 피의자 소환조사를 두고 사실상 검찰이 전면 재수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은 그러나 전면 재수사에는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특수수사한 사건을 검찰이 똑같은 방식으로 직접 수사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검증과 보완 작업을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개혁 여론이 아직 높은 것을 알기 때문에 경찰과 굳이 각을 세우는 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