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돌발변수 차단 1.6兆 투입…'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총력전

정부·채권단, 예상밖 1.6조 자금 투입
"M&A 삐끗하지 않게 충분하게 지원"
매각 무산 대비 '안전장치' 약정 주목
아시아나, 항공기 축소 '몸값 높이기'
  • 등록 2019-04-24 오전 5:55:00

    수정 2019-04-24 오전 8:03:23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20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이소현 김범준 기자] 정부와 채권단이 23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공개한 아시아나항공 자금 지원안에서 가장 주목 받은 건 예상을 뛰어넘은 규모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직·간접적인 지원액은 총 1조6000억원. 당초 많아야 1조원일 것이라는 전망을 2배 가까이 뛰어넘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당초 요청했던 금액은 5000억원이었다.

이는 연간 2000만명이 이용하는 국적항공사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액이 예상보다 많아보일 수 있다”면서도 “2009년 일본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일본항공(JAL)에 12조원 이상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1조6000억원은 인수·합병(M&A) 추진 중 혹시라도 모를 신용 경색이 이어날 경우 최대 자금 부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이 목표인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조금이라도 삐끗하지 않도록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산은의 판단이다.

“M&A 삐끗하지 않게 충분하게 지원”

당장 지원되는 규모는 5000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채를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사주는 식이다. 나머지 시중 채권은행들이 신규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두 은행이 총대를 메고 각각 3500억원, 1500억원어치를 매입하기로 했다. 영구채는 사실상 만기가 없고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이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 받아서, 자본 건전성을 개선할 때 흔히 쓰인다.

‘충분한 지원’의 골자는 나머지 1조1000억원이다. 한도대출(크레디트 라인) 8000억원과 스탠드바이 LC(보증한도) 3000억원이다. 매각 과정에서 혹시나 생길지 모를 신용 경색에 대비하는 돈이다. 산은 관계자는 “한도대출 등까지 쓸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향후 채권단 회의 등을 통해 어떻게 준비할지 시중은행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산은은 아울러 금호고속에 브리지론 형태로 1300억원을 단독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전제로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45.3%)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브리지론은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질 경우 자금을 대주는 임시 대출이다. 금호고속의 대주주는 박 전 회장이다. 금호고속이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으면 박 전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리게 되고, 원활한 매각 작업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또 주목할 것은 채권단이 매각 무산을 대비해 마련한 ‘안전장치’다. 산은과 수은, 금호산업은 매각이 되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한다는 특별약정을 이날 체결했다. 다음주 중 진행될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에도 이 특별약정이 포함된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상표권도 확보하기로 했다. 앞서 산은이 중국계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상표권을 빌미로 M&A를 방해했던 전례를 고려한 조치다.

이로써 M&A 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본격화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안에 계약 체결을 목표로 M&A를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아시아나, 기재 축소 등 ‘몸값 높이기’

유동성 위기 고비를 넘긴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전 ‘조직 슬림화’를 기조로 몸값 높이기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자산 매각과 노선 정리, 조직 개편 등 중점과제를 관할하는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비수익 노선으로 분류한 국제선 항공노선 3개를 올해 안에 정리할 계획이다. 오는 9월 말까지 인천~러시아 하바로프스크·사할린 노선을 폐지하고, 10월 말까지 인천~미국 시카고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사할린 노선은 평균 50~60%대 탑승률에 불과했다.

항공기 축소도 주요 자구계획 중 하나다.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A380 등 대형 항공기를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에어버스 A380 6기를 도입하는데 2조원을 투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규모가 작아지면 투입되는 인력도 줄어든다”며 “자연스럽게 인력 생산성을 제고하는 등 구조조정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산경장 회의에서 국적원양선사인 현대상선 경영 정상화 계획도 다뤘다. 홍 부총리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산은은 추후 현대상선에 대한 투자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외에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추진 현황 및 지정 연장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 보완 대책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 등의 안건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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