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녀상 전시 중단에 분노하고, 韓미술 신기원 연 김환기에 웃다

[2019 문화계 10대 뉴스]
안익태 등 '친일파' 논란
클래식 음악계 "女 봐라"
  • 등록 2019-12-23 오전 12:30:01

    수정 2019-12-23 오전 12:30:01

[이데일리 윤종성 장병호 이윤정 기자] 안익태 논란부터 소녀상 강제 철거, 일본 공연 줄취소까지…. 2019년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이지만, 문화계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과 일본발(發) 수출규제 등 냉랭한 한일 관계 탓에 1년 내내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출판계에서는 ‘유튜브셀러’ 열풍이 거셌고, 미술품 경매가는 100억 원 시대가 열리는 등 화제가 만발했던 한 해다. 기해년(己亥年)이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문화계 10대 뉴스를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지난 8월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들려있다. 아이치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의 전시 중단 결정에 따라 전시 사흘 만에 소녀상이 철거됐다. (사진=연합뉴스)
日, 소녀상 전시 강제 중단

위안부 피해자를 표현한 ‘평화의 소녀상’이 지난 8월 일본의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출품된 지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일본의 일부 극우 세력이 전화와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주최 측에 강력 항의했기 때문이다. 소녀상 전시 중단 후 일본 내에서 비판이 쏟아졌고, 예술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에 불을 당기는 계기가 됐다. 전시회는 중단 65일 만인 지난 10월 8일 일주일간 제한적으로 재개한 뒤 폐막했다. 주최 측은 소녀상 전시 중단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검토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벌였으며 최근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 게 아니다”라는 최종 결론을 내놔 국제 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인 약 131억8750만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김환기(1913∼1974)의 대표작 ‘우주’(Universe 5-IV-71 200)(사진=크리스티코리아, 연합뉴스).
미술품 경매가 첫 100억원 돌파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김환기(1913~1974)의 대표작 ‘우주’(Universe 5-IV-71 200)가 미술품 경매가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우주’는 지난 11월 23일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8800만 홍콩달러(약 131억8750만원)에 낙찰됐다. 수수료를 뺀 낙찰가 기준으로 한국 미술품이 경매에서 100억원 넘는 가격에 팔린 것은 처음이다. 1971년작 푸른색 전면점화 ‘우주’는 김환기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그림이다. 작가의 후원자이자 친구인 의학박사 김마태 씨 부부가 작가에게 직접 구매해 40년 넘게 소장했다.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1~10위 작품은 이중섭의 ‘소’(9위)를 제외하고 모두 김환기 작품이다.

2019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왼쪽)와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사진=연합뉴스).
노벨문학상, 45년 만에 2명 선정

지난해 ‘미투’ 논란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았던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두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한꺼번에 발표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 해에 두 명 나온 것은 1974년 이후 45년 만이다. ‘2019 노벨문학상’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페터 한트케에게, ‘2018 노벨문학상’은 폴란드의 여류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에게 각각 돌아갔다. 페터 한트케는 희곡 ‘관객모독’으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작가다. 기존 질서를 향한 도발로 ‘파격적’이라는 수식어를 몰고 다닌다. 토카르추크는 작품 속에서 신화, 전설 등을 차용해 인간 내면의 심리를 파헤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죽은 자의 뼈에 쟁기를 끌어라’ 등의 장편소설을 썼다.

지난 2008년 존재가 알려진 뒤 자취를 감췄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장자 배익기 씨가 지난 2017년 공개한 상주본 일부 모습(사진=배익기 씨 제공).
훈민정음 상주본은 어디에?

지난 7월 대법원이 훈민정음 상주본의 소유권이 문화재청에 있다고 판결했지만, 상주본 소유권을 두고 벌이는 정부와 배익기 씨의 지리한 다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배씨가 상주본을 갖고 있다고 처음 알린 것은 2008년. 하지만 골동품 판매업자 조모(2012년 사망)씨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법적 공방이 시작됐다. 2011년 5월 대법원은 상주본의 소유권이 조씨에게 있다고 판결했지만, 배씨는 상주본 인도를 거부했다. 조씨가 사망 전 상주본을 서류상으로 문화재청에 기증하면서 정부는 배씨에게 소유권 인도를 요구하고 있지만, 배씨는 소유권을 주장하며 “국가가 가져가려면 상주본 가치의 10분의 1인 1000억원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로 연말 공연 계획을 취소한 한국 예술무대 산과 일본 극단 카카시좌 공동제작 인형극 ‘루루섬의 비밀’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
문화계로 번진 ‘친일 논란’

문화계에서는 친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지난 1월 저서 ‘안익태 케이스’를 통해 안익태가 친일파를 넘어 ‘친나치 의사’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지난 9월에는 예술의전당이 개최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친일파 김동진·윤해영·조두남의 노래를 불러 논란이 일었다. 한일 관계 경색으로 일본과 관련된 공연들은 줄줄이 취소됐다. 일본 혼성듀오 나오미 앤 고로의 ‘보사노바, 애니메이션을 만나다’, 일본 소설 원작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한국 인형극단 ‘예술무대 산’이 일본 그림자 전문극단 카카시좌와 5년간 공동 제작한 ‘루루섬의 비밀’의 공연이 취소됐다.

흔한남매(사진=미래엔 아이세움).
출판계 유튜브셀러 열풍

유튜브 열풍이 출판계도 강타했다. 유튜브 콘텐츠 기반 종이책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하는가 하면, 북튜버 채널의 추천 도서들이 차트 역주행을 하는 등 일명 ‘유튜브셀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북드라마’ ‘라이프해커자청’ ‘겨울서점’ ‘책읽찌라’ 등 책 소개 전문 유튜브 채널이 부쩍 늘었다. 구독자 수 150만 명의 유튜브 채널 ‘흔한 남매’ 콘텐츠를 엮은 어린이 만화 ‘흔한 남매’는 24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랭크됐다. 실버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가 출간한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것은 물론, 연말 온라인 서점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첫 여성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 김은선(사진=Marc Olivier Le Blanc, 샌프란시스코오페라).
클래식 음악계 ‘여풍당당’

우리나라 여성 클래식 음악가들의 활약이 빛났다. 지휘자 김은선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차기 음악감독으로 최근 선임됐다.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여성의 메이저 오페라단 음악감독 선임은 처음이다. 작곡가 진은숙은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2019·20 시즌 상주 작곡가로 선정됐다. 비올리스트 박경민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필하모닉의 종신 단원이 됐다.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김윤지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제1회 마크리스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오르가니스트 최규미는 영국 세인트 올번즈 오르간 콩쿠르, 비올리스트 김규리는 제57회 국제 베토벤 흐라덱 콩쿠르에서 각각 우승했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뮤지컬 ‘맘마미아!’ 최단 기간 200만

뮤지컬 ‘맘마미아!’는 지난 8월 22일 국내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200만 관객은 ‘캣츠’에 이어 국내 뮤지컬 역사상 두 번째 기록이다. 특히 캣츠가 세운 2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8년이나 단축한 ‘최단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했다. ‘캣츠’는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데 23년(1994~2017년) 걸린 반면, ‘맘마미아!’는 15년(2004~2019년)이 소요됐다. ‘맘마미아!’는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200만 관객을 돌파한 뒤 부산·대구·목포·여수 등 18개 지역을 투어 중인 ‘맘마미아!’는 내년 3월 앙코르공연으로 서울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지난 6월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는 2020년 1월부터 3년간 음악감독으로 서울시향을 지휘하게 된다.(사진=김태형 기자)
서울시향, 4년 만에 상임지휘자 임명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은 지난 5월 새 상임 지휘자로 핀란드 출신 오스모 벤스케 현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임명했다. 2015년 말 정명훈 상임 지휘자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 갈등 끝에 사퇴한 후 객원 지휘에 의존하던 서울시향은 4년 만에 음악감독을 맞이하게 됐다. 벤스케는 포용적 리더십으로 명성이 높다.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을 당시 16개월간 파업과 직장폐쇄가 벌어졌지만 사태를 안정적으로 수습해 오케스트라를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 벤스케는 내년 1월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한다. 취임 첫 공연으로는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선택했다.

지난 4월 부산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 내에 개관한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사진=드림씨어터).
뮤지컬, 부산으로 시장을 넓히다

서울·대구에 국한됐던 국내 뮤지컬시장이 부산으로 시장을 넓혔다. 1727석 규모의 뮤지컬 극장 드림씨어터가 지난 4월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 자리에 개관했다. 뮤지컬 1세대 프로듀서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가 동생인 공연 마케팅 전문회사 클립서비스의 설도권 대표와 함께 뮤지컬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 신규 관객 유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해 300억원 사업비를 들여 세운 극장이다. 개관작으로 뮤지컬 ‘라이온 킹’을 선보인데 이어 ‘스쿨 오브 락’ ‘오페라의 유령’,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등 영남권에 소개한 적 없는 대형 공연을 잇따라 무대에 올렸다. 드림씨어터 개관으로 영남권 약 40만 명을 뮤지컬 시장에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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