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개조에 방 쪼개기도…원룸도 불나면 대참사

소화기 설치대상이지만 미설치 원룸 많아
고시원 등록하고 불법 개조한 원룸도
"불법개조·방 쪼개기…고시원 만큼 위험"
  • 등록 2018-11-15 오전 5:00:00

    수정 2018-11-15 오전 5:00:00

서울시의 주거정책 홍보물 뒤로 지난 9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조해영 기자)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사는 직장인 오모(25)씨는 지난 6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오씨가 사는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화재는 방 하나를 완전히 태우고 꺼졌다.

오씨는 “같은 건물에서 7년째 살고 있지만 소화기에 대한 설명이나 완강기 사용법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각 층 구석에 있는 소화기는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는 꼴을 보니 실제로 사용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 41%에 불과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원룸에 거주하는 1인 가구들도 화재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들은 “고시원보다야 사정이 낫겠지만 원룸 역시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 10월 20일 경남 김해의 한 원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앞서 올해 4월에는 경기 오산의 원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17명이 다쳤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원룸 역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대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설치된 곳이 드물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41.08%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016년 29.53%에 비해 높아진 수치다.

대학생 권모(25)씨는 “건물을 옮겨 다니며 자취를 해왔는데 소화기는 아예 없거나 있어도 층마다 맨 구석에 있어 빨래 건조대나 입주자의 짐으로 가려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등록은 고시원, 실제는 원룸…불법개조도

명칭만 원룸일 뿐 실제로는 고시원에 해당하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인 ‘불법개조’ 원룸도 문제다. 고시원은 방마다 싱크대 같은 개별취사 시설을 둘 수 없지만 이를 무시하고 취사시설을 설치한 뒤 원룸으로 홍보해 입주자를 모집한다.

건물주들이 고시원을 불법개조한 뒤 원룸으로 임대놓는 이유는 싼값에 시설을 확보한 뒤 임대료를 올려받기 위해서다. 고시원은 외벽에 불연성 재질을 써야 하는 의무가 없고 원룸과 비교해 확보해야 하는 주차공간 기준도 낮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원룸에 사는 정모(24)씨는 “내가 사는 건물이 고시원으로 등록한 불법개조 원룸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며 “세입자 입장에선 잘 알지 못하고 가격이 싼 곳을 찾다보니 불법개조인 줄도 모르고 계약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법개조 원룸 외에도 정식 원룸으로 등록은 했지만 그 안에서도 이른바 ‘방 쪼개기’를 한 경우도 있다”며 “변형된 형태의 원룸들은 고시원과 마찬가지로 거주 인원이 많아 화재 발생 시 인지나 대피가 어려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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