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리서치센터]②"리포트 質높이자"…1세대 애널리스트 3인의 제언

홍성국·이종우·이종승 전 리서치센터장 좌담회
인력나 예산 부족 현실…"투자 인색한 문화 고쳐야"
정보제공 본연 역할 퇴색…투자문화도 바꿔야"
  • 등록 2018-12-06 오전 6:00:00

    수정 2018-12-06 오전 7:51:14

(왼쪽부터)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승 IR큐더스 대표 등 전(前)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함께 지난 26일 서울 명동 이데일리 본사에서 현재 리서치센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가졌다.(사진=노진환 기자 shdmf@)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 지난 2010년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가 1500명을 넘겨 정점을 찍은 후 현재는 1000여명으로 3분의 1 가량 줄었다. 남부럽지 않은 고액 연봉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학력을 가지고도 면접을 보기 위해 줄을 서야했던 애널리스트. 이제는 인력난과 예산 부족에 허덕이며 증권사 내에서도 기피하는 직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과거 `리서치 사관학교`로 불렸던 대우증권 출신의 전직 리서치센터장들과 함께 현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 본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이노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승 IR큐더스 대표(전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는 모두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1세대 애널리스트들이다. 미래에셋대우에서 대표이사까지 역임한 홍 대표는 지금도 독립리서치센터인 혜안리서치를 운영하고 있고 이종우 전 센터장은 이코노미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종승 전 센터장은 IR대행사인 IR큐더스 대표로 상장사들의 고충을 직접 보고 들으며 현장경영을 하고 있다.


“리서치센터가 달라져야 한다. 증권사의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보고서(증권 리포트)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자본시장의 변화·발전을 이끌 창구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실에 맞는 조직개편, 보고서 유료화 등도 고민해야 한다.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3명의 전직 센터장들은 각론에선 조금씩 의견이 달랐지만 리서치센터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단순히 보고서 양이 줄어든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조직을 탈바꿈해 자본시장 질적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이들은 주문했다.

인력난 `허덕` 리서치센터…“이익의 2%도 투자 안해”

우선 인력난에 허덕이는 리서치센터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위탁매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전체 사업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서 30% 남짓으로 감소했다. 법인영업 지원 업무를 위해 탄생한 리서치센터의 역할도 자연스레 축소됐고 많은 인력이 빠져나갔다. 다수의 증권사들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인력 충원을 하지 않고 비용 절감에만 몰두해 결국 리서치센터의 보고서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국 = 제조업도 연구개발(R&D) 인력이 3%가 넘는데, 지금 국내 증권사 중 리서치센터 인력이 전체의 3% 이상되는 회사는 사실 없어요. 대형 증권사들은 연간 1조원 가까이 버는데 리서치센터에 2%도 투자하지 않으려 해요. 100명 이상의 인력을 유지하려면 200억 정도는 투자해야 합니다. 리서치센터가 빛을 발해야 국내 투자문화도 성숙해지는 겁니다.

이종승 = 리서치센터의 자체 역량이 떨어진 데는 대외기관들이 진행하는 애널리스트에 대한 평가도 한 몫했다고 봅니다. 평가가 인기투표처럼 되다보니 애널리스트들이 본연의 분석 업무보다 마케팅을 중요시하는 부작용이 생긴 겁니다. 그러다보니 시장 분석보다 정보력에 치중해 애널리스트가 정보전달자에 그치게 된 거죠.

이종우 = 증권사 외부에서도 리서치센터를 보는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어요. 2003년께 서울대학교에서 가치투자 관련 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강의실에 모인 300여명의 학생들이 강연보다 리서치센터에 들어오기 위한 팁을 얻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겁니다. 얼마 전 같은 장소에서 특강을 진행했는데, 리서치센터에 대해 물어보니 200명의 학생 중 아무도 관심이 없지 뭡니까.

정보제공 역할 퇴색…“정부 제도적 뒷받침해야”vs“시장원리 따라야”

증권사들도 고민이 많은 건 사실이다. 리서치센터는 투자자를 위한 차별화된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회사 수익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모든 시장 참여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이라는 공공재 성격이 강해졌다. 리서치센터가 축소되면서 투자정보 얻기가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무턱대고 모든 종목의 보고서를 내라고 강요할 순 없다.

이종승 = 코스닥 시장은 2~3년만 지나면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리스트가 거의 바뀔 정도로 안전성이 떨어지죠. 한 사업부문만 잘못돼도 회사는 큰 타격을 입어요. 또 코스닥 기업들 중 기업설명회(IR) 활동을 하는 비중은 20%가 채 안돼요.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믿음이 안가는 기업에 대해 무조건 보고서를 낼 순 없죠.

이종우 = 유관기관들이 정보분석 없이도 가능한 기술분석보고서 제도를 지난 5월 도입했지만, 사실 면피를 하기 위한 수준에 불과해요. 무엇보다 연속성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전직 애널리스트들을 활용해 코스닥 보고서를 발간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필요한 자금은 수익자를 통해 확보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가 해당 기업을 책임지는 형태를 가져가면 됩니다.

홍성국 = 글쎄요. 금융당국의 인위적인 개입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시장 원리를 따라가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상장사 서베이 수준의 보고서만 계속 반복해 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기업도 정보공개 확대하고 투자교육 이뤄져야

리서치센터 변화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보고서의 질적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세 명의 전직 리서치센터장들도 여기에 모두 동의했다. 한켠에선 유료화 얘기도 나온다.

이종우 = 애널리스트들이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해요.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자기 확신이 없고 시장에 영합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죠. 최근에는 애널리스트 양성 교육이 짧은 시간에 이뤄지다 보니 설익은 사람들이 들어와 시장에서 시달리다 주저앉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종승 = 국내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등 비재무정보 제공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요. 보고서에 ‘공개 정보가 없어 할인요인으로 밸류에이션에 반영한다’고 명시한다면 기업의 정보 공개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별도로 대가를 치를만한 수준의 보고서를 작성해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홍성국 = 지금 우리의 투자문화는 문제가 있어요. 테마나 소문에 의존하다보니 테마주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아요. 암호화폐, 보물선 테마주로 시끄러웠던 게 대표적입니다. 투자문화가 테마 위주가 아닌 펀더멘탈(기초체력)에 기반하도록 하려면 질 좋은 보고서 작성, 직접 현장 교육 등 리서치센터가 앞장서야 합니다. 증권사 뿐 아니라 은행·보험 등 금융업도 회사 차원의 전문지식 강화가 절실해요.

(왼쪽부터)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승 IR큐더스 대표,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등 전(前)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함께 지난 26일 서울 명동 이데일리 본사에서 현재 리서치센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가졌다.(사진=노진환 기자 shd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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