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한국에 소개된 마이클 루이스의 ‘플래시 보이스’(비즈니스북스)는 월가의 초단타매매족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까발립니다. 월가의 초단타매매족들은 복잡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나노세컨드(10억분의 1초)를 겨루는 선행매매에 나서죠.
심지어 이들은 남들보다 더 빨리 거래를 하기 위해서 땅도 팝니다. 이 책에 소개된 한 업체는 수천억 원을 들여 시카고 선물거래소와 뉴욕 증권거래소 간을 직선에 가깝게 지나는 전용 케이블을 깐 뒤 초단타매매 트레이딩 회사에 팔았습니다. 0.001초를 줄여 경쟁자보다 빨리 주문을 넣기 위해, 말그대로 강산(江山)을 뚫고 지나는 케이블 터널을 만든 거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임에도 메릴린치에 치를 떨었던 국내 투자자들의 공포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초단타매매족의 숫자가 늘어나면 오히려 시장의 쏠림은 멎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초단타매매가 지금은 거래량이 적으니 쏠림현상이 발생하기 쉽지만, 거래세 폐지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투자자가 양 방향에서 참여하게 되면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증권거래세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입장도 최근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부 장관은 지난 20일 증권거래세 세율 인하 방침을 직접 밝히기도 했죠. 과연 증권거래세는 폐지될까요? 만약 폐지된다면 시장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요. 한국 증시의 패러다임이 한 번 바뀌려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