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메릴린치 능가하는 '초단타족' 나타날까

증권거래세 폐지 따른 초단타매매족 등장 '우려'
증권가 "초단타매매 숫자 늘면 오히려 시장 쏠림 멎어"
  • 등록 2019-02-22 오전 5:20:00

    수정 2019-03-08 오전 9:49:29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눈을 한 번 깜빡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0.1초. 그렇다면 미국 월가의 초단타매매(HFT·High Frequency Trading)족들은 몇 초 단위로 거래를 할까요? 정답은 ‘밀리세컨드’. 즉 0.001초입니다.

지난 2014년 한국에 소개된 마이클 루이스의 ‘플래시 보이스’(비즈니스북스)는 월가의 초단타매매족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까발립니다. 월가의 초단타매매족들은 복잡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나노세컨드(10억분의 1초)를 겨루는 선행매매에 나서죠.

심지어 이들은 남들보다 더 빨리 거래를 하기 위해서 땅도 팝니다. 이 책에 소개된 한 업체는 수천억 원을 들여 시카고 선물거래소와 뉴욕 증권거래소 간을 직선에 가깝게 지나는 전용 케이블을 깐 뒤 초단타매매 트레이딩 회사에 팔았습니다. 0.001초를 줄여 경쟁자보다 빨리 주문을 넣기 위해, 말그대로 강산(江山)을 뚫고 지나는 케이블 터널을 만든 거죠.

이런 소설같은 얘기가 한국에서도 곧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세간에서 논의되고 있는 증권거래세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말이죠. 이제까진 한국에선 주식 매도 금액의 0.3%를 증권거래세로 걷고 있었기 때문에 초단타매매로 수익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0.3%포인트 이상의 스프레드가 벌어지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증권거래세 폐지에 따른 초단타매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단타 매매로 뭇 국내 투자자들을 울리며 ‘멸치’라는 멸칭까지 붙은 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의 단타 매매속도는 초단타매매족에 비하면 매매 주기가 긴 단타 매매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임에도 메릴린치에 치를 떨었던 국내 투자자들의 공포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초단타매매족의 숫자가 늘어나면 오히려 시장의 쏠림은 멎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초단타매매가 지금은 거래량이 적으니 쏠림현상이 발생하기 쉽지만, 거래세 폐지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투자자가 양 방향에서 참여하게 되면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길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증권거래세가 폐지될 경우 거래량 증가와 유동성 유입 등 긍정적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한편 차익거래와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 새로운 전략들 또한 전면에 등장하며 금융시장의 다양성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증권거래세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입장도 최근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부 장관은 지난 20일 증권거래세 세율 인하 방침을 직접 밝히기도 했죠. 과연 증권거래세는 폐지될까요? 만약 폐지된다면 시장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요. 한국 증시의 패러다임이 한 번 바뀌려 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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