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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안이 이번주 윤곽을 드러낸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중심이 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채를 사들이는 방식이 골자다. 주채권은행 산은이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곧 아시아나항공과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연장한다는 뜻이다. 아시아나항공 공개매각 절차의 첫 관문을 넘는 것이다.
채권단 “구체적 지원안 통해 신뢰 높일 것”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등 채권단은 이번주 중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5000억원 이상의 자금 지원안을 확정하고 MOU를 맺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산은 전담부서인 구조조정본부 소속 실무진은 지난 주말 내내 방안을 검토했고, 각 채권은행들과 입장도 조율했다.
채권단은 영구채를 통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영구채 방식을 거론했다. 영구채는 만기가 있기는 하지만 발행회사 선택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채권이다. 사실상 만기가 없고 이자만 지급한다고 보면 된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 받는 채권어서 자본 건전성을 개선하는 식으로 흔히 쓰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5일 850억원 규모의 영구채(2049년 3월15일 만기)를 발행했다. 다만 회계감사 ‘한정’ 사태 이후 시장 투자자의 신뢰가 추락한 탓에 추가로 추진했던 영구채 발행은 성사시키지 못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이번달 안에 갚아야 할 빚은 규모가 크지 않아서) 아시아나항공이 굳이 영구채를 통한 지원된 자금으로 빚을 갚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그보다 구체적인 지원안을 통해 시장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25일로 다가온 ‘무등급 트리거(추가 제재가 가해지는 자동개입 조항)’ 위기는 BBB- 이상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 소액의 사모채권을 발행하는 식으로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유효등급이 매겨진 회사채가 없어지는 것은 자산유동화채무(ABS)의 조기지급 사유다. 2월말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ABS 잔액은 1조502억원이다.
산은·수은이 영구채 사들이는 방식
영구채 인수 주체는 10개 채권은행 중 산은과 수은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은행이 총대를 메고 다른 시중은행들을 향해 채권 회수 등을 자제해 달라고 설득하는 구도다. 지원 규모는 경우에 따라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5일 수정 자구계획안을 통해 채권단에 5000억원을 요청했고 이튿날 이동걸 회장은 “충분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지원 규모 공감대가 있다. 영구채 외에 추가적인 방식이 더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회장은 “만약을 위해 조금 더 (자금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채권단과 협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당국은 2000억원 이상의 스탠바이론(마이너스 한도대출)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채권단의 자금 지원은 아시아나의 매각이 본격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다른 채권단 인사는 “엄밀히 따지면 현재 금호 측은 아시아나항공을 팔겠다고 구두로만 전한 것”이라며 “채권단과 서명을 통해 매각 절차를 시작하는 게 MOU의 골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