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CB시장…한계기업 자금조달 '비상'

올해 8000억 만기 돌아와
라임사태로 투자수요 급감해 '막막'
CB 주식으로 바꿀 유인 크지 않아
"빚 못 갚는 상장사, 상폐 우려도"
  • 등록 2020-01-29 오전 12:20:00

    수정 2020-01-29 오후 8:37:43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코스닥 시장 상장회사인 A사는 과거 발행한 약 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의 만기일이 연내 도래한다. 이 회사 현금 자산(63억원)의 170% 규모다. 올해 1~9월 누적 순이익도 13억원에 불과하다. 빚을 갚으려면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1조7000억원대 사모펀드 환매(투자금 환급) 중단 사태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당장 투자자와 증권사의 ‘묻지 마 투자금 회수’로 도미노 환매 중단 사태가 현실화하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압박도 커지고 있어서다.

기업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28일 “최근 전환사채 등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신생 자산 운용사의 사모펀드가 고수익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다가 라임 사태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의 사채 발행도 함께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올해 전환사채 만기도래액 43%는 ‘한계기업’ 발행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회사 사정이 녹록지 않아 전환사채를 찍어서 운용 자금을 마련해온 중소기업들이다. 사모펀드 시장 활황기에 발행한 기존 회사채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원리금 상환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가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 중 올해 만기일이 돌아오는 채권 금액은 1조8978억원(중도 상환·주식 전환 미반영)에 이른다. 특히 이중 절반가량인 43.4%(8232억원)가 경영 사정이 어려운 한계 기업(67개사)의 발행 물량이다. 한계 기업은 2016~2018년 3년 연속으로 회사의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보다 적은 곳을 말한다. 영업 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할 만큼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의미다.

전환사채는 발행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도 보유 사채를 주가보다 낮은 금액에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코스닥 지수는 현재 660선으로 1년 전보다 7.4%, 2년 전보다는 27.7%나 급락한 상태다. 투자자로선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꿀 유인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 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한계 기업이 회삿돈으로 빚을 갚거나 기존 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신규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스닥 기업은 사채 만기가 도래하면 기존 빚을 갚으려고 시장에서 또 다른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지금처럼 전환사채 등 메자닌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자칫 연쇄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빚 못 갚은 상장사, 상장폐지·부도 우려↑”

예를 들어 2016~2017년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2018년 영업이익 6억원, 올해 9월까지 누적 영업손실 90억원을 낸 한국테크놀로지(053590)는 지난 2016~2017년 발행한 전환사채 143억원어치가 연내 만기된다. 이 회사가 갚아야 하는 전체 전환사채의 약 40%가 올해 만기를 맞는 것이다. 올해 만기 도래액은 5월 40억원, 11월 20억원, 12월 83억원 규모다.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빌(065940)은 과거 과도한 전환사채 발행으로 이미 작년 초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환사채 만기 때 이를 차환하지 못하는 코스닥 기업들은 결국 상장 폐지되거나 회사가 부도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한계 기업이 정리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기업이나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초기 기업이 무너질 수도 있는 만큼 정책 지원이 필요하진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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