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재판만"…'재판만 30년' 김명수가 내놓은 사법개혁은?

사법농단 檢수사 별개 자체 개혁안 추진 방향 구체화
행정처 폐지로 관료화 타파 의지…제왕적 권한 이관
판결문 공개 확대·감사관 개방 통해 외부견제 늘려
  • 등록 2018-09-21 오전 5:00:00

    수정 2018-09-21 오전 5:00: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중심에 있던 법원행정처 조직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사법행정 권한은 외부인이 참석하는 (가칭)사법행정회의에 이관하고 재편되는 행정집행기관에서는 상근 법관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다가 비비법관들이 행정업무를 총괄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법원장은 20일 ‘법원 제도개혁 추진에 관해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을 통해 이 같은 법원개혁 방향을 공개했다. 그는 “법원 관료화·폐쇄성을 그대로 둔 채 추진되는 표면적 개혁은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지난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다”며 강력한 개혁의지를 천명했다.

사법행정 권한은 사법행정회의로 넘어간다. 사법행정회의는 법관뿐 아니라 외부 인사에도 개방한다. 법원행정처 조직은 사법행정 집행업무를 담당하는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재편한다.

◇법원 안팎 거센 비판 속 ‘김명수 개혁안’ 천명…상고심 개혁도 추진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날 밝힌 법원 제도개혁안 핵심은 그동안 막강한 사법행정권한을 앞세워 법원을 관료조직화 해온 주범으로 꼽힌 법원행정처 폐지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수뇌부로부터의 법관 독립을 보장하되 외부의 감시는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 제도개혁 추진 방안 발표는 취임 1주년을 맞아 그동안 구상해온 개혁 방향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취임 전부터 계속돼 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수사 등으로 미뤄온 사법개혁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개혁 방향의 큰 줄기는 “법관이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전 행정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맞서 “30년 법정서 사실심만 해온 판사의 수준 보여드릴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김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법원 안팎에서 공격을 받아왔다. 법원 외부에선 검찰 수사에 대한 협조가 미흡하다는 비난이 많았다. 영장심사 등이 모두 재판영역에 해당해 김 대법원장이 영장심사 판사의 판단에 개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운식의 폭이 좁았지만 여론은 대법원장의 의지를 의심했다.

반면 법원 내부에선 법원이 처한 위기에 대해 김 대법원장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판 영역인 영장심사에 대해 검찰 등 법원 외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혁안 발표는 검찰 수사와 별개로 법원 자체의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는 사법농단 의혹의 중심에 있는 대법원장 직할의 법원행정처의 폐지 등 작금의 사태와 관련한 개혁 방안뿐 아니라 법원의 오랜 숙제인 상고심 개혁 문제 등까지 언급했다.

김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폐지를 언급한 것은사법농단 의혹 배경에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법원의 관료화가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늘날 법원이 마주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위기는 법관들이 독립된 재판기관으로서의 헌법적 책무를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관료화되고 권위적인 법원 문화는 일부 법관들에게 자신이 법관이 아니라 여느 위계 조직의 구성원과 다를 바 없다는 왜곡된 자기인식과 논리를 조직 논리를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비대화된 사법행정 조직인 법원행정처를 손보지 않고선 근원적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김 대법원장은 “관료화와 폐쇄성을 그대로 둔 채 추진되는 표면적 개혁은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지난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 관료화의 근원적 배경인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도 내려놓기로 했다. 법관의 인사권이 사실상 대법원장 1인에 집중돼 법관들이 윗선의 요구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 해결과 사법개혁 추진 요구를 법원 안팎에서 요구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일 오전 김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퇴임식을 마친 후 양 전 대법원장 초상화를 지나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는 대법원장 직속 기관인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 권한을 외부인이 참석하는 사법행정회의로 이관하기로 했다. 법원행정처는 오로지 집행업무만 담당하는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재편된다. 이 과정에서 현재 수십 명에 이르는 법원행정처 내 상근법관은 줄여나가다가 폐지한다.

또 법관들이 전보인사 등으로 눈치를 보지 않기 위해 인사권자의 재량 여지를 사실상 없애기로 했다. 인사 시마다 법관들의 불만이 많았던 전보인사에 대해서도 인사원칙 등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법원 계층구조 타파 주력…“모든 법관 동일 직급으로”

사실상 고착화돼 있는 법원 내 계층구조도 타파한다. 현재 법원엔 배석판사→단독판사→부장판사(고법판사)→고법부장→법원장→대법관→대법원장의 계층구조가 형성돼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 같은 계층구조 타파를 위해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법관 인사를 분리하는 이원화를 내년부터 실시하고 고법부장 승진제도 내년에 폐지하기로 했다. 법원장 인사에도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김 대법원장은 “궁극적으로 모든 법관이 동일 직급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부 견제도 강화한다. 사법행정회의에 외부인이 참석해 사법행정에 관여하게 됨에 따라 주요 의사결정에 외부의 시각이 반영되게 된다.

또 그동안 열람이 쉽지 않았던 판결문도 공개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김 대법원장은 판결문 검색·검색을 위한 통합 시스템 도입을 약속했다. 이 경우 일선 법관들의 판결문도 점진적으로 일반 국민에게 그대로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 고위법관이 맡고 있는 윤리감사관은 외부 인사가 맡게 된다. 김 대법원장은 현재 법원행정처 소속인 윤리감사관 직위를 행정처에서 분리하고 외부 가방형 직위로 임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제식구 감싸기 논란 없이 법관 비위에 대한 감찰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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