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이루어진 비건 특별대표와 모르굴로프 차관 등의 회담이 끝난 뒤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언론보도문에서 “한반도 주변 상황과 관련한 상세한 견해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 개입하고 있는 국가들의 노력에 높은 평가가 주어졌다”고 덧붙였다. 외무부는 “양측(미-러)은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지역의 모든 문제를 정치·외교적으로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외무부는 더 이상의 상세한 회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주러 미국 대사관 차량을 이용해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 도착해 앞서 도착해 있던 모르굴로프 차관, 부르미스트로프 특임대사 등과 비공개 회담에 들어갔다. 회담은 오찬을 겸해 오후 2시까지 3시간 이상 이어졌다. 미-러 대표들은 모두 회담장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영빈관 앞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비건 특별대표는 외무부 청사 방문에 이어 출국을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다. 그는 오후 6시께 모스크바 북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E 터미널에 도착해 곧장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통상 러시아를 방문하는 고위급 인사들이 이용하는 귀빈실 대신 일반 출국장을 이용했다. 다음 목적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마찬가지로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7시 50분에 출발하는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편을 이용해 벨기에 브뤼셀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미-러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비핵화 협상 진행 상황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 이와 관련한 양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건 대표는 모스크바에 도착한 전날 현지 미국 대사 관저에서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과 비공개로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견해를 교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과 북한의 태도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는 러시아에 이어 벨기에, 프랑스 등을 순방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