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에 해주세요" 도심공항 제안서에 회계법인 '허탈'

국내 회계법인 30여곳에 입찰 제안서 동시 발송
감사인 평가 기준에 가격요건 비중 ‘90%’ 제시
"일반적인 경우 아니야…참여 안한다"
  • 등록 2019-01-17 오전 5:10:00

    수정 2019-01-17 오전 5:10:00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공항 리무진 사업자인 한국도심공항이 회계법인에 가격 요건 비중을 90%로 제시한 감사인 입찰 제안서를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감사 품질이나 계획과 상관없이 최저가로 제안한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합당한 감사보수를 받고 품질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거스르는 것으로 회계업계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도심공항은 최근 국내 회계법인 30여곳에 일괄적으로 감사인 입찰제안서를 보냈다. 도심공항은 이 제안서에 감사인 평가 기준으로 가격을 90%, 감사 품질·계획을 10%로 제안했다.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감사 품질·계획이 90%, 가격이 10%이거나 가격을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지 않고 따로 감사인 선임 직전 별도로 협상을 한다.

이와 관련해 한 회계법인 임원은 “도심공항이 워낙 보수에 민감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상식에서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가격이 10%거나 많아야 20~30%정도로 책정된다”고 말했다. 이 회계법인은 도심공항 감사인 입찰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회계법인들의 경우 도심공항 입찰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도심공항은 출국수속 대행과 리무진버스 사업을 하는 업체로 최대주주는 한국도심공항자산관리다. 한국도심공항자산관리는 한국무역협회가 지분 75%를, 한무쇼핑이 25%를 보유하고 있다.

가격 뿐만 아니라 일괄적으로 회계법인에 입찰 제안서를 보낸 것도 논란거리다. 일반적으로 3~4곳을 선별해서 입찰 제안서를 보내는데 반해 30여곳을 동시에 보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다른 회계법인 임원은 “내부 인력이 제한적일 텐데 30여곳의 제안서를 검토하고 심사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감사인의 회계 역량 보다는 수치화된 가격으로 감사인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도심공항이 현재 감사인에게 가격 협상력을 갖기 위한 행위로도 보고 있다. 최저가에 들어온 회계법인들의 제안서를 받아놓은 뒤 현재 감사인에게 제시해 재계약시 감사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도심공항의 감사인은 KPMG삼정이다.

회계업계 한 임원은 “가격이 90%라는 것은 물건을 구입할 때나 쓸 수 있는 방식”이라며 “회계감사는 전문 서비스로 값이 싸다고 좋은 게 아니고 감사의 질을 봐야하는데 이번 공항감사의 제안은 과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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