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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이 문제…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부터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1987년부터 매년 소수 회사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벤치마크(기준수익률)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성과로 기업가치 상승을 입증한 바 있다.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은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타이요 퍼시픽 파트너스’ 등에 투자해 간접적으로 주주 행동주의를 장려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현재 포트폴리오상 국내 상장사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총 293개다. 이 가운데 10대 그룹 상장사는 68개로 총 98개사의 70%에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그룹만 보면 상장사 16곳 가운데 13곳이다.
또 다른 연기금 CIO는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이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이대로 행동주의 펀드와 협업하면 일종의 정부 터널링으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기 전에 국민연금부터 지배구조를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운용계획을 비롯한 성과평가 등의 주요 사안은 근로자 대표·지역가입자 대표·사용자 대표, 유관 정부기관 등이 참여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의결하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의 관리·운용 사업을 관장한다. 여기서 14인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 가운데 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기획재정부 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고용노동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정부 측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글로벌 추세를 따라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와의 협업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는 동감한다”면서 “다만 현재의 구조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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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독립성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제대로된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 위해서는 투자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124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 가운데 66.6%를 직접운용하고 있고 나머지는 위탁운용을 통해 투자하고 있다. 여기서 국민연금은 기금 이름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장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기준을 세워놨다.
한편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의결권 위임의 방법도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못한 상태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국민연금이 자산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된다. 하지만 아직 위탁사 의결권 위임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결권 위임과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 중”이라면서 “일정상으로 보면 6월까지 마무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보다는 자금을 받아 직접 투자하는 위탁사들이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어떠한 부분이 필요한지에 명확히 안다”며 “의결권 위임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