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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원금 보장되는 펀드에 가입하면서 투자 수익률을 확약받은 점이 이데일리 취재에 응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 3명의 공통점이다. 금융투자상품 투자 경험이 드문 점도 비슷하다. 나이 30대(1명)~40대인 이들은 전화와 대면으로 기자에게 투자 과정을 설명했다.
예금 찾으러 가니 라임 펀드 권유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라임자산운용 펀드는 괜찮아요.” 이들은 라임 펀드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이 설명을 들었다고 공통으로 얘기했다. 펀드 가입 시점과 지역이 모두 다른데 공교롭게 겹친다. 인터뷰에 응한 A씨(46)는 지난해 2월 충남 지역 우리은행에서, B씨(49)와 C씨(37)는 작년 3월과 7월 경남에 있는 경남은행에서 각각 라임 펀드에 가입했다. 이들의 투자금은 각각 3억원, 1억원, 1억500만원이고 목표 수익률은 8%, 4%, 3.4%다. 원금손실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은행 판매직원은 국가 부도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했다. 투자금을 잃을 가능성을 에둘러 부인한 것이다. C씨는 “주변에 이런 설명을 들은 투자자가 더 있다”고 밝혔다.
이런 판매는 불완전 판매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금융투자상품 원금을 보장하는 판매 행위는 불완전 판매다. 업계에서는 “원금보장 된다”는 직접 발언을 피하고자 나라를 팔아 암시했다는 말이 나온다. 우문에 현답으로 응대했다는 것이다. 설명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있다. 운용업 종사자는 “국가 부도와 연관된 자산은 국채뿐”이라며 “라임 펀드가 국채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면 잘못한 설명”이라고 말했다.
은행에서 먼저 가입을 권한 것도 공통점이다. A씨는 지난해 2월 만기가 끝난 1년짜리 예금으로 라임 펀드에 가입했다. `여유가 있으면 가입하고 싶을 정도`라는 은행 직원 설명이 컸다고 했다. 최소 가입금액(3억원)이 모자라 만기가 남은 예금까지 헐어서 보탰다. 올해 9월 입주할 아파트 분양대금이었다. 그는 “직원이 `분양대금이니 안전한 라임 펀드에 넣으라`고 추천했다”고 말했다. 40대 중반 A씨는 “공모펀드에 한번 가입한 것 말고 투자 경험이 없다”고 했다.
C씨는 펀드환매 중단이 임박한 지난해 7월 막차를 탔다. 만기 예금을 재예치하려고 안전한 상품을 찾았더니 은행 직원이 제시한게 라임 펀드였다. 그는 “직원이 ‘이런 말은 하면 안 되지만 (원금을) 날릴 일은 없는 상품’이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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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사례는 편법까지 동원돼 판매가 이뤄진 정황을 드러낸다. 그는 사태가 불거지고 찾아간 은행에서 자신이 `공격형 투자성향`으로 분류된 서류를 받았다. 앞서 은행은 이를 근거로 A씨를 사모펀드 투자 적격자로 분류했다. A씨는 서류를 쓴 적이 없다. 특히 `투자 가능 기간 3년(공격형 투자자 조건)`은 말이 안 됐다. “작년 2월 상품에 가입할 당시 만기는 1년, 운용 기간은 올해 9월 이전까지 약 1년 반 정도”이라는 것이다. 은행 직원이 “죄송한데 제가 대필했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불거지자 판매사는 책임과 거리를 뒀다. A씨가 작년 10월 받은 우리은행 고객 안내문을 보면, `운용사가 배분을 결정한 이상 판매사는 지급할 방법이 없다`고 돼 있다. B씨는 은행에서 “판매사 책임이 없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C씨는 “은행이 `우리도 사기 당했다`고 한다”고 했다. 은행도 피해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과 증권사를 비롯한 16개 판매사(금융사)는 뭉쳐 라임자산운용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운용과 판매 각각의 책임을 떼어 보기란 쉽지 않다. 불량 식품(라임 펀드)을 예로 들면, 제조업자(라임자산운용)와 유통업자(판매사)는 같이 잘못한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현재 대법원은 판례에서 `판매사가 금융 상품을 판매하려면 운용 전반을 파악해서 투자자의 판단을 도와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고객을 보호할 의무를 지라는 것이다.
불완전 판매 유혹, 국민 노후 흔들
판매사의 `피해자 프레임`은 결국 `운용사가 판매사에 불완전 판매를 했다`는 의미다. 판매사 스스로 완전 판매의 필요를 인식한 것이다. 아울러 판매사 능력으로는 불량 상품을 거를 `여과지`가 될 수 없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인식을 바탕으로 판매사 스스로 무장을 강화하는 게 완전 판매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업계는 주문한다. 운용업 종사자는 “투자상품은 날로 복잡해지므로 판매사 직원의 비전문성을 덮고 넘어갈 수 없다”며 “공부하지 않는 판매사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불완전 판매 피해는 연쇄적으로 퍼져 나갈 수밖에 없다. 1차 피해자는 투자자이지만, 그 다음은 판매사다. 금전 피해는 둘째치고 신인도 타격을 받는 비재무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로써 경영 환경이 악화한 판매사는 손익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최종 피해는 주주에게 간다.
`매펀매국`(賣펀賣國)은 고전 수법인데도 이번에 다시 등장했다. 우리인컴펀드 사태가 발생하고 보상 결정이 이뤄진 게 2008년인데, 이후부터 현재까지 판매 행태가 개선되지 않은 현실을 방증한다. 김은미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전임연구원은 “사모펀드는 느슨한 판매 규제를 받는 까닭에 요건과 절차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판매가 이뤄지는 편”이라며 “판매사가 고객의 신뢰를 계속해서 악용하면 사모 펀드 시장은 물론 운용업 전반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