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건보에 지원해야 할 돈을 제대로 주지 않으니 경영계와 노동계 등이 건보료 재정 부담을 기업과 국민에게만 지우려 한다며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고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매번 20% 못 미치는 국고지원…내년에도 15% 수준 머물듯
현재 정부는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해당하는 돈을 건보에 지원하도록 돼 있다. 이 20% 중 14%는 건강보험법에 따라 일반회계(국고)에서 지원하고, 6%는 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뱃세로 구성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 20%를 제대로 지원한 적이 없다. 예상 수입액의 20%가 기준이다 보니 예상 수입액을 적게 잡아 실제 지원하는 금액이 20%에 못 미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아직 정부는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 약 1조원 수준의 추가 국고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예상수입액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이 경우 국고지원은 1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국고지원 법제화 필요성 제기…보험료 인상폭 축소 가능
한쪽에서는 정부가 재정 여건 때문에 당장 20% 국고지원을 해줄 수 없다면 국고지원금 현실화를 제대로 법제화해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된 정부지원금 규정은 오는 2022년 12월31일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에 새로운 법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대 국회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가 끝나며 법안도 자동 폐기됐다. 김철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은 “국고지원 정상화에 대한 법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고지원에 대한 계획만 명확하다면 재정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래야 건보료 인상 부담 등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정부의 건보 국고지원이 늘어날 경우 건보료 인상 폭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애초 정부는 건보료율을 3.49%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1조1000억원의 국고를 투입하며 인상률을 3.2%에 낮추는데 성공했다. 다만 올해는 국고지원이 지난해 수준보다는 높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정심에 참석한 한 위원은 “보험료율 인상폭이 2% 이하가 되려면 국고지원이 최소 15%를 크게 웃돌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중요성 두고 기업·가입자 공감대 형성해야
국고지원이 정상화되면 건보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인식 변화도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건보 역할에 대한 중요성과 건보 보장성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으니 보험료율 인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의 장이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보료 인상이 당장은 가계에 부담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통한 보장성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의료비에 대한 본인부담금을 낮추고 사보험비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오 위원장은 영세기업의 경우 국가가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 등에 건보료를 포함하는 방법 등을 논의해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 위원장은 “영세 기업을 위한 보완책을 사회 의제로 던져주면 기업들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