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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위원회’ 조직의 모범 사례라고 할 만하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대세(大勢)와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데 주저함이 없다.
금통위원을 역임했던 A 교수의 말이다. “한은에 가기 전에는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가 ‘금리는 이런 방향으로 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를 할 줄 알았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는 그런 문화가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게 없어서 오히려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국내 여느 위원회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요즘이 딱 그렇다. 신인석 금통위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지금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과속이 아니라 저속이 우려되는 때”라고 했다. ‘경제 체온계’ 물가 수준이 낮으니,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의미다. 금통위 내에서 최소 3명 이상이 인상 쪽으로 기운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는 사실상 ‘소수의견’으로 여겨진다. 저물가를 강조한 것도 최근 다수의 위원들이 가계부채 급증을 주시하는 것과 다른 기류다.
세상사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고 했던가.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다는데 예외는 없다. 민주적인 금통위가 때때로 결단력 부족의 결과를 낳는 경우다.
요즘이 딱 그렇다. 한은은 최근 몇 달간 인상 신호를 주고 있다. 지난 7월 이주열 총재의 국회 발언은 비교적 명확했다. 이 총재는 “성장과 물가가 전제를 충족하면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이는 인상 의지가 커진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막상 한 달 뒤인 8월 금통위 때 이 총재의 톤은 또 달라졌다. “불확실성이 크다” “더 지켜보겠다”며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다만 상황에 따라 결단도 필요한 법이다. 그건 오롯이 리더의 몫이다. 올해 한은 금통위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았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더 강화할지, 아니면 아예 거둬들일지, 결단의 시기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