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10년째 꿈만 꾸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 등록 2019-02-13 오전 5:20:00

    수정 2019-02-13 오전 5:2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

겸업화·대형화를 통해 한국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선진 투자은행을 키우겠다며 도입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 지난 2009년 2월 4일 시행됐으니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그 사이 국내 자본시장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상당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자통법 도입할 때만 해도 증권사에게 자기자본 2조원 언감생심이었지만 지금은 5개 증권사가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겨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지정됐다. 10년 간 합종연횡 인수합병(M&A)을 통해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미래에셋대우증권은 몸집을 8조원대로 불렸다.

금융투자사에 기업 신용공여, 프라임 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한 길을 터주고 초대형 IB 두 곳에는 발행어음을 통한 자본조달까지 허용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이처럼 겸업을 허용한 덕에 다양한 신사업 진출이 가능해진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의존도를 낮추고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비중을 키웠다. 천편일률적이었던 수익구조를 다각화한 것이다.

자본시장 규모도 커졌다. 자통법 도입 전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0%를 조금 넘기는 수준에 불과했다. 1인당 GDP가 1만달러 이상인 25개국 평균인 182%에 비해면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경제규모에 비해 자본시장 규모나 발전도가 낮았던 것이다. 지난해말 기준 주식과 채권시장 규모는 실질 GDP의 두배를 넘는다.

이렇게 눈에 띄는 성장을 했음에도 아직 한국엔 ‘골드만삭스’가 없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글로벌 시장에서 노는 투자은행은 여전히 꿈에 머물러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100조원을 넘는 골드만삭스에 비하면 국내 증권사의 자본규모는 초라하다. 국내 기업의 해외 채권발행이나 대형 인수합병(M&A) 주관에 국내 증권사는 끼지 못하거나 곁다리 역할에 그치고 있다. 몇몇 동남아 국가를 제외하고는 해외 진출도 미미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규제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최대 걸림돌로 꼽는다. 애초 ‘안 되는 것만 빼놓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지향했지만 여전히 ‘허용하는 업무만 가능한’ 포지티브 규제에 갇혀 있다.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어떻게 클 수 있겠냐는 푸념이 나온다.

금융산업이 아직 은행 위주로 짜인 것도 문제다. 2년 전 금융투자업계가 법인 대상 지급결제 업무나 외국환 업무 등 증권사에는 허용되지 않은 업무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은행업계와 기싸움을 벌인 것도 이같은 구조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불만이 투영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 산업을 키우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자본시장 혁신과제나 증권거래세 인하 추진 등 자본시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곗바늘을 1년 전으로 돌려보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새 정부가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에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와 금융감독체계 개편 정도만 포함돼 ‘금융 홀대론’이 일기도 했다.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방안도 있었지만 금융투자업계의 발전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과거 묻히기 일쑤였던 금융투자업계의 목소리에 여당과 정부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시동은 걸었다. 자본시장통합법 도입 20년이 됐을 때 자신 있게 한국에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있다고 얘기하려면 완전한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고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언제까지 꿈만 꾸고 살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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