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축포는 이르다…지금이 '구조개혁 골든타임'

글로벌 호황기…구조개혁, 잘 나갈 때 미리 해야
  • 등록 2017-11-02 오전 5:16:55

    수정 2017-11-02 오전 5:16:55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지난 31일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서촉사옥 입구를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요즘 우리 경제는 ‘서프라이즈’의 연속이다.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 1.4%(전기 대비)가 그 출발점이었다. 언젠가부터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연 3% 성장이 기정사실화됐다. 삼성전자(005930)는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반도체로만 분기 영업이익을 10조원 가까이 올렸다. 경이적인 성적표다. 금융시장도 날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어느덧 2550선도 뚫었다. 내년 3000선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올 정도다.

대외 악재도 하나둘 풀리고 있다. 중국발(發) 사드 보복이 완화할 조짐인 게 대표적이다.

우리 경제는 전형적인 소규모 개방경제다. 이런 호황은 때마침 세계 경제에 훈풍이 불고 있는 덕이다. 3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연율 환산 3.0%였다. 전기 대비 성장한 정도를 1년 단위로 고쳐보니, 3%대 호조세라는 의미다. ‘깜짝 성장’으로 손색이 없다. 최근 유럽 경제의 반등세도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축포를 터뜨리기만 하면 되는 걸까. 왠지 머쓱한 게 사실이다. 동시에 이런 의문이 든다. 세계 경제가 언젠가는 다시 주저앉지 않을까. 대외 환경이 안 좋아도 우리는 잘 나갈 수 없을까.

아이러니 하게도 반도체 초호황이 불안 요소로 꼽힌다. 정책당국 안팎에는 국내 성장률 중 반도체 분야를 빼고 계산했더니 2%도 채 안 됐다는 얘기가 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가총액 상위 2개사의 비중은 무려 22.7%였다. 그 2개사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미국(3.7%) 일본(5.9%) 영국(7.0%) 독일(10.9%) 등과 비교조차 안 되는 의존도다.

‘반도체 코리아’ 신화가 영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저서 ‘축적의 시간’에서 “빠르면 7~8년, 늦어도 10년 뒤 중국이 메모리반도체에서 점유율 5%, 10%를 달성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업종은 오죽할까. 취약 업종은 물론 잘 나가가는 업종도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야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의 일갈이다. “실증적으로 불황은 호황보다 더 길다고 합니다. 호황일 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정부는 의지가 없어 보여요.”

걱정거리는 또 있다. 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15.0%에 달한다.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곳이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화두는 단연 ‘긴축’이다. 금리가 급등하고 시장이 싸늘해질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그때까지 정부는 암세포 같은 한계기업을 연명하게 도와주다가, 과거처럼 일순간 쇼크를 맞을 것인가.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한계기업을 선제적으로 도려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 말이다. 축복과 같은 글로벌 호황기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구조개혁은 잘 나갈 때 미리 해야 한다. 구조개혁이 미래를 여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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