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대만 원자력계의 역습, 그래도 르네상스는 오지 않는다

  • 등록 2018-11-26 오전 6:00:00

    수정 2018-11-26 오후 1:45:30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지난 24일 대만에서 국민투표가 진행되었다. 이번 국민투표에선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운영을 중지할 것을 명시한 전기사업법 제 95조 제1항의 폐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안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핵공학자 등으로 구성된 투표발의자들은 이핵양록(以核養綠, 핵에너지로 녹색을 키운다)란 이름의 단체를 만들고 전기사업법 관련 조항 폐지 운동에 나섰다.

국민투표 결과 투표자 중 590만명(59.5%)가 전기사업법 관련 조항 폐지에 동의했다. 반면 폐지에 반대한 사람은 401만명(40.5%)에 그쳤다. 이 결과는 함께 진행된 다른 에너지관련 국민투표 - 화력발전 생산 전력 1% 이상 감축(79.0% 동의), 석탄화력발전 중단(76.4% 동의), 후쿠시마 인근 일본산 수산물 수입중단(77.7% 동의)보다는 낮은 동의율을 기록했지만, 절반 이상의 투표자들이 전기사업법 관련 조항 폐지 내용에는 동의한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2016년 차이잉원 총통 취임 이후 궁지에 몰렸던 대만 원자력계는 일단 숨통이 트이게 될 전망이다. 명목상 정부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그럼 대만에는 다시 ‘원자력 르네상스’가 일어날까. 핵발전소 건설이 재개되고 핵발전 비중이 올라갈까. 안타깝지만 그러기는 힘들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 취임이전인 2015년 대만의 전력전력생산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였다. 1998년 25%까지 차지했던 핵발전 비중은 이미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 우리나라의 핵발전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대만 핵산업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수준 밖에 안된다.

현재 대만에서 운영 중인 핵발전소는 4기 밖에 없다. 그마나 모두 1980년대 완공된 30년이 넘은 핵발전소들이다. 전기사업법에서 2025년을 염두해 둔 것도 이 중 가장 최신 핵발전소인 만샨 2호기의 설계수명(40년)을 고려한 것이다. 노후 핵발전소가 많다보니 사건사고도 많다. 진산 1호기는 파손된 볼트 문제로 2014년 12월 부터 가동을 멈추다가 최근 영구 정지되었다. 가오슝 2호기의 경우, 2016년 5월 화재사고가 나서 2년이 지난 올해 6월에야 재가동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문제로 2017년 대만의 핵발전 비중은 9%로 낮아졌고, 그 사이 재생에너지 비중은 5%로 늘어났다.

신규 건설도 여의치 않다. 1999년부터 건설을 시작한 룽먼 핵발전소는 공정률 98%를 기록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반대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 2014년 지금 야당인 국민당 정부가 건설 공사를 잠정 중단한 이후 현재는 폐쇄 절차를 밝고 있다.

이런 면에서 대만 전기사업법에서 다루는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운영 중단”은 정치적 선언에 가까운 규정이었다. 실제 이런 법률이 없더라도 핵발전소를 계속 운영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전기사업법의 관련 조항이 삭제되더라도 국민투표를 성사시킨 이핵양록의 주장처럼 2025년 핵발전 비중 20%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달성하려면 모든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룽먼 핵발전소 이외에도 추가 핵발전소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발전을 둘러싼 논란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째 진행되고 있다. 그 때마다 탈핵주장은 진보와 퇴각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큰 추세에서 볼 때, 이제 탈핵과 에너지전환은 멈출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이런 면에서 이번 대만 국민투표 결과는 넓은 시야를 갖고 해석해야 한다. 이미 축소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핵산업계가 역습에 성공했다고 그들의 바람처럼 ‘르네상스’는 오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적 차원에서 ‘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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