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得보다 失이 큰 분양원가 공개

  • 등록 2018-12-12 오전 5:40:00

    수정 2018-12-12 오전 5:40:00

[이데일리 조철현 부동산부장] 서울 주택시장이 참 이상하다. 매매는 꽁꽁 얼어붙었는데, 분양 쪽은 청약 열기로 뜨겁다.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데는 정부의 각종 규제 영향이 크다. 그렇다고 분양시장 규제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청약 자격 강화와 중도금 대출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그런데도 분양시장은 말 그대로 핫하다. 분양하는 단지마다 수만 명의 청약 인파가 몰린다.

이유는 뭘까. 정부의 ‘분양가 통제’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싸게 책정되면서, 이른바 ‘로또 단지’에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웃돈을 손에 쥘 수 있다보니 너도나도 청약시장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최근 분양원가 공개 확대 카드를 빼들었다. 내년부터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공공·민간주택을 대상으로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공급원가 정보를 세분화해 공개토록 하면 분양가에 낀 거품을 걷어낼 수 있고 주변 집값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수급(수요와 공급) 상황과 경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정책은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원가 공개로 분양가가 하락할지 의문이다. 분양가격은 분양가상한제와 HUG의 분양보증 승인을 통해 이미 통제되고 있다. 건설사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올려 부당이득을 취할 수 없도록 제도화해놓고 있는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전형적인 옥상옥(屋上屋) 정책이다.

원가 공개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분양 때 가격을 눌러놓아도 입주 이후 시세(매매가)는 주변 집값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일수록 품질이나 주거 여건이 더 좋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가 공개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꺼리면 향후 입주 물량이 줄어 매매·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적정원가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논란거리다. 원가는 기업의 생산성이나 기술력, 금융비용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면 기술 혁신 등을 통한 원가 절감의 유인(誘因)이 사라지고 경쟁력이 떨어질 게 뻔하다. 원가 절감 차원에서 분양가를 낮추다 보면 싼 자재를 써야 해서 주택 품질 저하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분양가 상승 요인은 결국 땅값이다. 분양가는 토지비와 건축비, 금융 등 간접비용, 마진 등을 감안해 산정하는데, 이 중에서 절반 이상을 토지 가격이 차지한다. 그런데 정작 토지를 공급하는 정부는 땅값은 낮추지 않고, 별 효과도 없는 건설사의 ‘영업 비밀’ 공개를 강요하고 있다.

분양가를 낮춰서라도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反)시장적인 원가 규제로 분양가를 일률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정책은 실패하고, 그 피해는 주택 수요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가격 그 자체를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주택을 한 채라도 더 공급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애써 억누르지 않아도 스스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분양원가 공개는 재고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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