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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그해 전쟁이 일어나 몇 년이 갔나? 내가 시집가던 해에 해방이 됐으이까 전쟁이 오 년이 갔나. 내가 열옛 살에 전쟁이 났거든.”(‘내 어머니 이야기’ 중)
평범한 어머니의 이야기는 곧 대한민국이 걸어온 역사이자 발자취다.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온몸으로 견뎌온 한 여인의 일생에서 민족의 한과 아픔이 오롯이 읽힌다. 총 4권 세트로 구성된 만화책 ‘내 어머니 이야기’(애니북스)는 2008년 1권 출간을 시작으로 2014년 완간되었다가 절판됐다. 만화가인 딸 김은성 작가가 십 년에 걸쳐 어머니의 이야기를 녹취해 그려냈다. 출간 당시에도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해 한국 근현대 백 년의 장면들을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책은 지난해 ‘알쓸신잡’ 시즌3에서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될 책’으로 언급되며 최근 순위 역주행을 시작했다. 재출간이 결정돼 지난달 말 예약 판매를 시작한 이후 3주 연속 알라딘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김 작가는 “다시 사랑을 받아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내 어머니 이야기’가 널리 읽혀서 한국 근현대 여성과 남성의 삶을 더 많이 알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나이 마흔에 처음 만화를 시작했는데 내 이야기를 하기는 부담스러워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변에 있는 여성, 가장 가까이에 있는 어머니 이야기를 해보고 싶더라. 일단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재미가 있어서 시작했는데 연재를 하다보니 기간이 오래 걸렸다.”
처음부터 한국 현대사를 그리고자 한 건 아니었다. ‘잔치가 무시기 좋은 일로 하는 기 아이라, 군인 끌려나가면 살아 돌아올지 모르이까 하는 거야. 군인 끌려나가는 집이서 잔치를 하는 거야.’ 어머니의 구슬에서 나온 삶의 과정은 곧 역사의 현장이었다.
“어머니가 기억력이 좋고 관찰력이 굉장히 좋으시다. 역사책에서 봤던 것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듣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엄마가 아직도 새벽이면 놀라서 깨어나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현재의 삶을 있게 한 엄마의 생애를 그려보기로 결심했다.”
△“평범한 모두의 삶 소중해”
혼란했던 시대를 겪었던 만큼 가슴 아픈 이야기도 곳곳에 나온다. 그 중 외할머니와 헤어지던 날의 이야기는 특히 가슴이 아프다.
김 작가는 어머니의 생애를 기록한 책이라 특히 애착이 간다고 했다. 아직 제목을 정한 건 아니지만 차기작도 준비 중이다. “우리의 역사 중 가장 격동의 시기를 겪어온 평범한 엄마의 생애를 기록하는 것의 가치는 평범한 것이 아니다. 특별한 분이 아닌 모든 분의 인생이 소중하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