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CJ는 두고 남양유업만…국민연금 '훈수'의 의미

  • 등록 2019-02-13 오전 5:30:00

    수정 2019-02-13 오후 5:42:06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국민연금이 남양유업에 ‘배당률을 높여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식품업계에 적용한 첫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사례다. 국민연금의 공식 훈수인 셈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CJ제일제당이란 식품업계 선두기업을 제쳐놓고 남양유업을 ‘콕’ 집은 이유는 무엇일까. CJ제일제당도 배당성향만 놓고 보면 높은 편은 아니다.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2017년말 기준 국민연금 주식투자 포트폴리오 중 CJ제일제당, 남양유업, 농심 비교.(자료 : 국민연금)
2017년 기준 CJ제일제당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한 비율)은 11.5%다. 2016년 12.8%보다 되레 줄었다. 배당성향이 30%대인 기업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다. 2017년은 남양유업(17%)보다도 낮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CJ제일제당 주요 주주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CJ제일제당 지분율은 12.41%다. 액수로 따지면 5000억~6000억원대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가치의 약 30배다. 지분율과 배당 규모만 놓고 봤을 때, 국민연금은 CJ제일제당에 더 큰소리를 쳐야 한다.

더군다나 남양유업은 이제야 바닥을 치고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2013년 ‘갑질파동’의 여파가 아직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적이 안 좋던 2016년 순이익 대비 배당금액 비율이 2.3%였다고는 하나 2017년에는 17%까지 끌어올렸다.

남양유업 또한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배당률을 높이기보다 회사 재무구조 안정화가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홍원식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배당률 상향 조정이 주주들에게 큰 이익은 아닐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남양유업 지분율이 6%대인 점도 언급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의 타깃이 됐다. 이를 두고 식품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남양유업의 지배구조에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식품 기업들은 창업주 일가의 입김이 세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내부거래 등 편법이 ‘관행’이란 이름으로 통용됐다. 창업주 일가를 견제할 장치도 없었다.

덕분에 상당수 식품 기업의 오너 2·3세 경영인들은 구속이 되거나 재판에 넘겨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기업 가치는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유일하다싶은 견제 세력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 경영에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한다. 그러나 창업주라고 방만한 경영, 도덕적 해이로 주주에 손해를 끼치면 회사 밖으로 쫓겨날 수도 있는 게 주주자본주의다.

국민연금의 간섭을 고깝게 볼 것만은 아니다.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경영진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려할 만한 일이다. 남양유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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